<슬램덩크의 흥행은 스포츠의 관계성에서

by 유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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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는 여성이 남성보다 관계를 맺는 방식이 서투르다고 보았다. 가령, 관계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여성들은 친밀성을 내포하는 언어를 표현하는 반면, 남성들은 서로에게 험한 말을 하며 친밀성을 형성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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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떤 방식으로 친밀성을 형성했는가. 바로 '스포츠'였다. 학창 시절 보편적으로 남성들은 스포츠를 체험하며, 서로의 관계성에 대한 돈독함을 익힌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및 미디어의 시대로 돌입하며, 남성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스포츠' 중요도는 점점 약해졌다. 스포츠와 게임 중 게임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법이 스포츠에서 게임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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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 역시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여가다. 협력과 경쟁을 통해 목표를 쟁취하는 것 역시 스포츠와 동일하다. 그러나 '게임'은 스포츠와 달리 비언어적 맥락이 대부분 삭제되게 된다. 관계성의 향상은, 단순한 언어적 맥락뿐만이 아닌 수많은 비언어적 맥락을 통해서 형성된다. 따라서, 게임보다 스포츠가 관계 형성에 어느 정도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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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슬램덩크>는 스포츠에 의한 관계성의 형성을 그 어떤 작품보다 잘 보여줬던 만화다. 만화에서는 강백호와 서태웅의 관계성, 채치수와 변덕규, 정대만과 안 선생님 등 수많은 관계성을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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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백호라는 관계성을 맺는 방식이 서툴렀던 개인이 '농구'를 통해 성장해 모두에게 인정받는 '바스캣맨'이 된다는 것은 감동을 넘어 전율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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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영화적으로 훌륭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 영상미와 영화적 연출은 훌륭했다. 그러나, 원작 재현에 치중하다 보니 많은 맥락이 삭제된 채 영화에 욱여넣어져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송태섭의 과거와 병행되는 산왕전의 모습 역시 약점이다. 과거 회상과 경기장면이 병행되다 보니, 몰입이 중간중간 깨지는 부분이 잦았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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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열쇠는 슬램덩크가 주는 '관계성의 회복'에 있다. 앞서서 서술했듯이 슬램덩크의 핵심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고, 그 중심에는 스포츠가 주는 '관계성의 회복'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잊었던, 스포츠가 선사하는 관계성의 아름다움, 그리고 추억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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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슬램덩크>는 좋은 작품이다. 서사적으로도. 연출도. 그리고 여전히 사회적 의미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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