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연애 끝에 우리는 결혼했다.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니 부딪히는 부분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연애 기간에 서로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많은 부분을 맞추려 노력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는지 서로 편해지려고만 했다. 결국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나는 은은한 수면등을 켜놓고 책 읽다 스르르 잠드는 걸 좋아한다. 신랑은 방 안에 빛 하나 들어올 수 없게 암막 커튼을 친 후 영상을 보다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도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깨서 주위를 살피는 나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코를 골아대는 신랑이 한 침대에서 긴 밤을 보내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신혼 첫날부터 부부싸움 거리가 생겼다.
자는 것, 먹는 것, 생활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다르다 못해 정반대인 우리가 결혼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불타는 사랑으로 결혼을 결심했지만, 그 사랑이 무뎌지고 지쳤을 때, 서로의 다른 점을 보듬어 줄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처음 결혼을 결심했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서로에게 다른 점이 있는 건 상관없었다. '성실함과 나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결혼했다. 다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굳은 심지와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우리는 함께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혼 13년 차가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여전히 다른 점이 많다. 부부싸움도 간간이 한다. 이제는 굳이 서로의 교점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고유성이 있다. 그 고유성을 보고 사랑한 것이 아닌가? 불타게 연애할 때는 고유성과 나에게 애쓰는 마음만 보였다. 상대방의 그림자에 감추어진 나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보았지만, 못 본 척 눈을 감았거나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결혼해서 부부로 살아보니 서로의 다른 점이 단점으로 보일 뿐이다. 그 다른 점을 상대방의 고유성이라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결혼 생활이 즐거워진다.
나에게도 상대방이 보기에 꼴 보기 싫은 단점이 있을 것이다. 서로의 단점과 고유성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면 더 애틋해진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비밀을 우리끼리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이 없고, 부부싸움의 횟수는 줄어들 것이다.
부디 나와 다르다고 해서 우리의 불탔던 사랑의 감정을 잊지 말길 바란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활활 타오르는 장작은 아니지만, 은은한 따스함으로 서로를 감싸주는 숯이 된 부부이다.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는 부부가 되어 보자.
단점 많은 나와 함께 살아주는 당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