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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Dec 29. 2022

창작하는 법

나는 재현하는 예술가다. 그랬다. 창작하는 예술가는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창작은 천재나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피아노를 전공하는데 하필 클래식이고, 글 마저도 에세이만 쓰니 창작은 나와 거리가 먼 줄만 알았다. 글을 쓰는 것도 창작이지만 에세이는 완전한 창작이기보단 내 경험을 열거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현의 일부일 것이라 쉽게 생각했다.


얼마 전 소설을 썼다. 보고 싶은 소재와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이 닿기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하는 것이 재밌었다. 만약 내가 에세이를 쓰지 않았더라면,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글을 쓰는 법을 모르는 상태로 뭐가 잘못된 지도 모른 채로 글을 쓰는 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장면이야 쓸 수 있고 설정이야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글로 완성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작곡도 많이 했다. 완성시킨 것은 많이 없었지만 모티프를 많이 작곡했다. 만약 내가 음악을 많이 듣지 않고 연주를 많이 안 했더라면, 이렇게 즉흥으로 작곡할 수 있었을까? 음악의 코드를 귀로 익히고 무의식 중에 발현하는 것이 즉흥연주인데 학습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면 나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창작은 입이 트인 사람이 할 말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입이 트이기 위해선 일단 그 언어를 알아야 하고 문법을 알아야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내재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또, 입이 트여도 할 말이 없으면 창작할 수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없고 표현하고 싶은 게 없는데 어떻게 작업을 할까. 창작하는 법은 다른 데에 있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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