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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Jan 02. 2023

[소설] 생각은 뜨개질처럼

13월

  오늘은 네 3년 만의 생일이야. 13월에 태어난 너. 1월이 오는 게 싫은 사람들은 윤달만 보면 반갑게 맞이하지. 13월이라며, 아직 1월이 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다들 장난식으로 하는 말이기에 곧바로 새해를 수긍해. 참 웃기지 않아? 무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력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양력과 음력의 오차는 점점 커진대. 그 오차를 잡으려고 윤달, 윤년 같은 게 생긴 것이고. 그래서 13월이 생긴 거겠지? 시간은 어디서 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재밌는 것 같아. 우리도 그렇잖아. 나는 우주에 있고 너는 지구에 있어. 우주에서의 1년은 지구에서의 1년과 달라. 물론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긴 하지만 나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도 하니까.


  네가 해준 말을 기억해. 뜨개질하면서, 뭐든 끝을 맺으려면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말. 재밌다고 마구 늘리다 보면 끝맺음해야 할 것만 늘어나서 결국 뭐든 끝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우주정거장에서 너에 대해 생각해. 해야 할 생각들은 너무 많은데 결국 끝내지는 못했어. 생각이 너무 많아서일까? 이대로 가다간 끝맺음할 수 있는 생각도 없어질 것 같아.


  그중 하나는 우리 미래에 관한 생각이야. 지구에서 깊이 외로워하는 너와 나의 시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나는 내가 우주에 온 지 한 달이 지났어. 네 입장에선 몇 년이 지났겠지, 나는 몇 광년을 움직여서 왔지만 그건 빛의 속도로 움직인 것이니까. 그게 외부에서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는지 나는 알지 못해. 정확히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런 너와 나의 시차를 어디서부터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 차라리 같은 지구에 있는 것만큼의 시차가 있는 것이면 좋을 텐데, 그런 게 아니라서 네가 나를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네가 날 기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무너질까? 지구에서 우리가 같이 쌓아 올린 시간이 무의미한 게 아니라지만, 우리의 추억은 변해가며 나에게 어떻게든 남아있겠지만 나는 가끔 무서워져. 우리가 헤어지고 우리의 시간을 내가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게 될까 봐. 나는 너와 있으면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우주로 나왔지만, 그게 우리를 방해하는 것이 되는 것 같아서 아이러니하기도 해.


  하지만 이건 뜨개질 같은 것이겠지. 뜨개질의 장점은 잘못된 코를 언제든지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잘못된 코는 풀면 되니까. 할 필요가 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 우리는 뜨개질하기 전에 용도와 모양을 생각하고 뜨개질해. 이런 생각들은 용도를 알 수 없어서 나는 그저 주욱 실을 풀려고 해. 또 다른 모양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믿음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닐까.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어야만 주욱 풀 수 있는 거니까. 믿음은 사람을 담대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너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니? 어떤 믿음으로 우리의 사랑이라는 모험을 하고 있는 거니? 궁금해. 답장해 줘. 이만 줄일게. 잘 지내고 곧 봐.

  

  생일 축하해.


                                                                                                          사랑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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