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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Feb 01. 2023

'작가'지망생에게

  글이 안 써진다. 큰일이다. 요즘 글이 너무 잘 써진다 싶었다. 글은 할 말이 있을 때 써진다. 그동안 할 말이 많았나 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젠 글이 안 써진다. 쓰다가도 문득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나?’ 하게 된다. 글이 안 써진다는 건 큰일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내가 글로 벌어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써서 고료를 받는 작가의 입장이다. 아, 그렇다면 큰일이다. 나의 생활비가 바닥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내가 고료가 없으면, 아니 글을 못 쓰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때는 내가 작가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생활비 대부분이 고료에서 나는데도, 늘 나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다. 프로란 단지 그 능력으로 돈을 벌어서 프로임에도 나는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만 프로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이니까 돈을 버는 것임에도.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다. 돈을 버니까 일정 수준 이상일 것이라고. 그러니 나는 프로가 아니라고.


  나의 수준은 늘 미달이었다. 수준 미달. 문학적으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글은 안 읽는다. 독서량은 다른 작가에 비하면 읽지 않음과 다름이 없다. 집중력 탓을 해보지만 그것도 핑계일 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나는 노력하지 않는 작가였다. 과거형인 것은, 지금은 그나마 위기감을 느끼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 운이 좋아서 작가가 되었음을 알기 때문에 내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공모전에도 꾸준히 나가고 있고, 책도 열심히 읽고, 작품도 열심히 쓰고 있다. 그렇지만 늘 내 수준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옛날 일기장을 꺼내 펼쳐보았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부끄러웠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이, 이렇게까지 못 써도 되는 걸까. 


  나는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지 못했다. 작가지만, ‘작가’지망생이었다. 나에게 있어 ‘작가’는 단지 글로 벌어 먹고사는 사람만을 뜻하진 않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나도 작가니까. 나에게 ‘작가’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일정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온다. 단편소설 <펭귄의 목소리>나, 에세이 <섬집아기>, <이인증>이 그랬다. 그 외의 글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는 점점 ‘작가’의 기준을 올릴 텐데, 그러면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작가가 되어가는 길은 내 실력이 성장하는 것뿐 아니라 내가 세운 기준과 타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와 같은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싶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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