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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Jul 30. 2023

글쓰기가 부끄러워요

  이전에 쓴 글을 라이킷 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오랜만에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때 썼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그중 오늘 다뤄보고 싶은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수치심이라고 하기에 뭔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건 아니었고, 수줍은 정도였기에 부끄러웠다는 말 정도가 적당하겠다.


  나는 예전에, 글을 쓰면 참 부끄러웠다.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도, 내가 다시 읽어보는 것도 부끄러웠다. 요즘이라고 안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때에 비하면 덜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내게 글쓰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어쩌다가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을까? 내가 글쓰기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근데 그것이 어떻게 부끄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냐고 묻는다면, 나는 막연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잘 쓴 글에 대한 구체적 기준 없이, 막연하고 두리뭉실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떠올리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을수록 나는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떠올리는 것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면 괜찮은데, 두리뭉실한 상태라는 것은 그것을 빛으로 비춰 그림자를 만든 것과 같으니까. 그리고 그 그림자는 원본과는 달리 왜곡되어 보인다. 더 커 보이고, 무시무시해 보일 수 있다. 그림자니까. 그래서 더 두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두리뭉실한 기준은 더 커 보이고, 무시무시해 보이는 것일 수밖에 없었겠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막연히 안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더 숨기고 싶어지고, 그것이 부끄러움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다. 내 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예전의 글을 읽어도 덜 부끄러운데, 그것은 내게도 점점 구체화되는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에 글이 부합하는지 판별해 내는 눈이 길러진 탓일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이나 작가분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글을 쓸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느낀다면 왜인지가 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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