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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23. 2021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인적으로 SF라는 장르를 확립한 세 가지 영화를 고르자면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자매지만 이 영화 만들 때는 형제였으니까.. 참 애매하네요)의 <매트릭스>를 꼽습니다. 그만큼 <매트릭스>가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1편은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2, 3편은 4편 보기 위해 부랴부랴 복습하면서 보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요.

다만 이 4편은 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2, 3편이 1편만큼 훌륭한 작품은 아니기는 해도 3편으로 잘 마무리를 지은 시리즈를 굳이 꺼내왔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많이 4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었을텐데 개인적으로 그 임무는 실패한 것 같네요. 물론 매트릭스의 광팬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팬을 위해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제작된 영화 같지가 않고 그저 돈을 위해서 워너가 진행시켰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내용이 너무 중구난방입니다. 매트릭스는 세계관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시리즈인데, 어쨌든 3편에서 일단락이 되었단 말이죠. 그런데 리부트가 아닌 속편을 선택한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를 쌓아야 하는데, 이걸 잘 해내지 못합니다. 대체 왜 이런 식의 전개가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또한 매트릭스의 매력이 전부 빠져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액션. 매트릭스 특유의 과장된 와이어 액션을 솔직히 보고 싶었거든요. 뭐 지금에야 유치하게 다가오지만 매트릭스 시리즈의 시그니처 아니겠습니까? 근데 그런 액션이 없더군요. 물론 흉내는 내지만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모피어스나 스미스 요원은 배우가 바뀌면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상황 상 로렌스 피쉬번이나 휴고 위빙이 나올 수는 없었지만 같은 이름을 쓸 거였다면 적어도 그에 맞먹는 포스를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모피어스랑 스미스 요원 돌려줘요..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빌런이나 동료들은 전부 매력이 없습니다. 제시카 헨윅 정말 매력적인 배우인데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 머리 좀.. 이건 진짜 존 윅이잖아요..ㅋㅋㅋㅋ

배우나 액션을 떠나서 매트릭스 시리즈가 가진 본질적인 매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인류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이 정말 정말 인상적인데,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왜 이렇게 극이 가벼워진거죠? 철학은 보이지도 않고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고, 쿠키영상에는 고양이 동영상이나 언급하고 있고. 그저 과거 영상이나 대사들만 던지면서 과거 영광에 취한 영화라고 밖에 생각이 안드네요. 한 편의 영화로 보면 나름 괜찮습니다만 이걸 매트릭스 시리즈로 본다면.. 

솔직히 워쇼스키 자매가 감을 많이 잃어버린지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그냥 아쉬울 따름이네요. 속편이긴 하지만 1편의 그 총알 피하는 장면 오마주 하나만 넣어줬어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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