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살인>의 후속작, <나일 강의 죽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을 크게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매력적이지는 않더라고요. <코난> 시리즈나 <셜록> 시리즈나, <나이브스 아웃> 등등 흥미롭게 본 작품들이 많긴 하지만 추리 영화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직접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추리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고 더불어 추리 과정이 허술하면 쾌감은 배로 줄어들게 되니까요.
<나일 강의 죽음>은 그 한계를 명확히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추리 영화의 매력도 갖췄다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나일 강의 죽음>이 시작했을 때 가장 눈에 띄던 것은 캐릭터 간의 관계나, 사건에 대한 암시가 아니라 이집트를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영화 내내 계속되더군요. <오리엔트 특급살인>부터 화면 때깔은 정말 좋았는데, 이런 후더닛 무비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치고 영화는 떡밥을 열심히 뿌리지도, 열심히 회수하지도, 열심히 추리하지도 않습니다. 포와로가 추리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리고 결과도 굉장히 빠르게 후루룩 읊어내고 끝내버리죠. 더불어 범인도 엄청 충격적인 반전도 아니었고요. 추리 영화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쉽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에피소드 당 하나로 딱 끊는 게 깔끔한 것 같네요.
<나일 강의 죽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나일강 위의 배라는 한정적 공간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한정적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다 보이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추리 등에서 긴장감이 와야 하는데, <나일 강의 죽음>에선 범인이 할 거 다합니다. 그러니까 범인이 누구일까보다 어떻게 이렇게 할 거 다 하고 다닐까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설명도 시원찮았고요. 공간 활용만 잘 했어도 나름 매력적이었을 텐데 말이죠.
배우들도 화려하고 어느 정도의 재미는 있었지만 훌륭한 영화라고 말하기엔 조금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작품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