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가 <루카> 이후로 돌아왔습니다. <소울>과 <루카>의 격차가 5개월 정도 밖에 안 나서 그런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조금 오랜만인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픽사 작품은 항상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되는 거 같은데 여러모로 아쉽기도 합니다.
일단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아시아 가정을 다뤘다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아시아 가정에서 부각되는 부모의 과한 개입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가 아닌 2002년 배경이지만 현재도 유효한 설정들(아이돌 콘서트를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라든지)을 가져오면서 촌스럽지 않게 만들어낸 것 같아요. 도미 시 감독님은 이전에 단편 영화 <바오>를 만들면서 오리엔탈리즘에 관한 비판을 들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디자인을 수정하기도 하고 가족의 역할도 다채롭게 배치하면서 개선된 점을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엄마의 지나친 보호 속에서 억압되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픽사의 이전 작품들(특히나 <인사이드 아웃>)에서 이미 다뤘던 사춘기, 성장통이란 주제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픽사의 재치를 볼 수 있었네요. 이게 픽사의 강점이겠죠. 같은 주제를 수없이 많은 시선으로 바라봐 창의성을 발휘해 내는 집단. 이 부분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여기에 부모의 관심을 그저 잘못된 것으로 보여주지 않고 부모와 사랑 또한 강조하는 픽사의 태도도 좋았습니다.
다만 이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평작 정도의 완성도인 것이 아쉽습니다. 우선 인물 간의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당장 <루카>만 해도 어떠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을 주로 가져가다 그 비밀을 풀며 갈등을 해소하는 전개를 보여주었는데,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선 레서판다로 변하는 그 비밀을 너무 남발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설정을 가지고 옆길로 새 버리기 때문에 이야기가 정리가 안된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갈등을 풀어내는 방법도 사실 아쉽습니다. 너무 쉽게 가고 마는데, 일반적인 영화라면 '뭐 이 정도면'이라고 느끼겠지만 픽사라면 다르죠.. 아쉽긴 했습니다. 그리고 목표 연령층도 많이 낮은 느낌이라(<루카>보다 더..) 성인 보기엔 좀 아쉽긴 했어요.
그래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가족끼리 보기엔 괜찮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러모로 새로운 부분도 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