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벨파스트>입니다. 노미네이트된 영화 중에 가장 생소한 영화기도 했고,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적인 부분에선 그리 크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노미네이트가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영화였습니다. 가장 놀랐던 점은 흑백 영화라 굉장히 어둡고 잔잔할 줄 알았던 영화가 시작부터 경쾌하게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따뜻하고 경쾌하며 코믹한 부분도 존재합니다. 영화가 참 밝은 느낌이 나서 좋았던 거 같아요. 혹시 무겁고 지루할 거 같다는 선입견이 있으신 분이라면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더불어서 중간에 컬러도 집어넣으면서 영화라는 소재도 강조하는데, 반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영화는 69년 당시 벨파스트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당시의 이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전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떠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시간들 자체도 사랑했던 시간이었고 추억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굉장히 따뜻하고 정겨운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라서 좋았습니다. 영화 내내 9살 버디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그래서 더욱 이입이 쉬웠고 상황이 더욱 잘 이해되는 것 같았습니다. 언제나 어렸을 적의 기억은 추억이 되곤 하니까요.
버디 역의 주드 힐도 좋았지만 엄마 아빠 역의 케이트리오나 발피와 제이미 도넌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할머니 할아버지 역의 주디 덴치와 키아란 하인즈가 더더욱 좋았습니다. 키아란 하인즈는 극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주디 덴치의 엔딩 대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더군요. 정말 훌륭했습니다.
나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시절을 따뜻하고도 유려하게 비추는 케네스 브래너의 수작이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의 최고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개인의 커리어 최고작뿐 아니라 아카데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