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3부작으로 슈퍼히어로를 인기 장르에 올려놓고 MCU가 탄생할 수 있는 기초를 쌓아둔 소니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시작점 <베놈>부터 거하게 말아먹은 소니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제외하면 하나도 맘에 드는 영화가 없었고, 개인적으로 DCEU보다 훨씬 기대가 안되는 세계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이 <모비우스>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보러 가기 귀찮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전작인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너무 실망스럽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무난하고 생각보다 볼 만은 했습니다. 근데 이게 좋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서사 자체는 정말 별로인데, 이걸 빠르게 압축하고 비약적으로 전개한 부분은 나름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질질 끄는 것보단 빨리 끝내버리는 게 빠르죠. ㅋㅋ 그리고 인물 관계가 너무 별로예요. 중요한 인물은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관계가 허술한 건 또 처음 보네요. 모비우스와 마일로는 친구인 건 알겠는데 왜 대립관계가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마르틴과의 관계도 두루뭉술하게 설명되고, 경찰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모비우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모비우스는 인지도가 굉장히 낮은 캐릭터죠. 저도 사실은 뭐 하는 캐릭터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보단 얼른 세계관을 확장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치기에 급급합니다. 마치 초반 DCEU가 하고 있던 잘못을 그대로 하고 있어요. MCU가 아이언맨이란 당시엔 생소했던 캐릭터를 얼마나 정성스레 갈고닦으며 소개했는지를 보면 이 세계관의 미래는 이미 훤히 보이죠. 박쥐랑 관련되었다는 거랑 흡혈 욕구, 그리고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건 알겠는데.. 모비우스만의 뭔가는 잘 못 보여준 거 같아요.
소니 하는 꼬라지 보면 얼른 세계관 만들고 MCU에 편승해서 돈 벌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거 같아요. 쿠키로 반응 이끌어내는 건 이제 그만해야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보여준 게 얼마나 많은데요. 세계관 엎어지기 전에 시니스터 식스는 만들고 엎으려나 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