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구글 지도를 켜서 크게 줌아웃을 하고 바다로 간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작은 점처럼 놓여있는 섬들을 보기도 하고, 대륙을 손가락으로 슉슉 넘어가 본다. 지구가 이렇게 넓고 우주는 훨씬 넓은데 쓸데없는 일에 스트레스받아서 무엇하리.
이경준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One step away에 다녀왔다.
하늘을 가리며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도심 속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도로 위의 복잡한 차선위에서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 부대껴야 하는 일상생활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보면, 기하학적인 빌딩의 패턴, 빌딩 사이로 물드는 매직아워의 햇빛, 숨 막히게 답답한 건물의 옥상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보인다.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이렇게 원경으로 담은 사진들이다.
뉴욕에서 물리치료사 일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도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의 개관 전시! 사진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아주 당연한 생각은, 개개인이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일상을 어떤 각도로 바라보고, 어떤 구도로 누구를 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 될 수 있으면 따뜻하고 즐거운 작품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작가에게, 우연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도로 위 차선, 건널목, 표지판, 신호등과 분주한 사람의 움직임이 만드는 패턴을 찾아 특별한 순간으로 포장한다. 사진 안에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이 어떤 고민이나 걱정을 가졌는지와는 별개로, 구도, 색감이 조형적으로 아름답다. 보자마자 예쁘고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평일 애매한 낮 시간에 갔는데도, 사진을 찍고 있는 관람객이 많았다.
이경준 작가의 사진전은 이렇게 도시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내내 행복하고, 편안하다. 일상을 조금 더 멀리서 보면, 가까이에서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매일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1. Paused Moments
시간이 멈춘 듯 한 도시풍경. 뉴욕이 익숙한 분들인지, '어 여기 000이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반가운 장소가 있다면 예쁘게 찍힌 그곳이 더욱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하다.
2. MIND REWIND
건축물이 이루는 기하학적 패턴,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복잡한 구조물 사이 오아시스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색다른 여유와 해방감을 선사한다.
"단정한 평행과 직각이 두드러지는 도시,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프레임 속, 현대인은 하나의 조그만 점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작디작은 점에도 서로 다른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녹아있다."
3. Rest stop
숨 가쁘게 흘러가는 도시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과 시공간을 기록한 사진.
빼곡한 건물 사이의 여백을 채우는 짙은 녹음의 공원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4.Playback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한다. 비치된 종이에 자신의 고민을 적고, 투명한 파쇄기에 갈아내며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