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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큥드라이브 Feb 18. 2024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게 된다면?>

세화미술관 -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장소 : 세화미술관 1,2 전시실

일정 : 2024.4.28일요일까지, (월요일 휴관)

가격 : 성인 5,000원, 주차 2시간 가능

큐레이터 투어 : 매주 목, 토, 일 오전 11시

*박관우 <도슨트 프로그램> 퍼포먼스 : 매일 오후 2시 강추!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온전히 해석할 수 없는 유일한 창조물로 부상했다. 확률적으로 정답에 가까운 규칙을 도출하기 위한 연산 속도와 정보처리양이 인간의 뇌로 그 과정을 유추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같이 급속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공지능이 도구의 역할을 이탈하여 '자아'를 가지게 될 때 이들을 생명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혹은 생물학적 신체를 벗어나 디지털 세계로 이전한 인간을 사람으로 지각할 수 있을지 '살아있음'에 대한 정의를 질문하게 만든다.


'논알고리즘 챌린지'의 두 번째 전시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는 세계와 자아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사람의 '신체'를 주제로 한다. 인지과학 분야에서는 인간의 인지 과정이 '뇌'의 단일한 판단이 아닌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복합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뜨거운 사물을 만졌을 때 손을 떼거나, 매캐한 먼지를 들이마실 때 눈물이 나고 재채기를 하는 행동은 인간이 의식적으로 판단하는 행동이 아닌, 중추신경계가 신속히 반응하는 무조건 반사의 영역이다.


자신의 몸을 인식하는 행위는 곧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여 '자유의지'를 행하는 출발점이 된다.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세계와 몸을 매개로 상호작용하며, 감각하는 신체를 지녔기에 주체와 객체가 언제나 바뀔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은 자신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건드릴 때, 만짐을 당하는 오른손과 만짐을 행하는 왼손의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즉 '몸'을 지닌 인간은 수용자이자 행위자로서 타자와 세계 그리고 자신을 유기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욕망, 두려움 같은 감정에 대한 동기를 수치화해야 하는데 이 같은 욕구는 정확한 좌표를 생성할 수 없으며, 이 감정이 어떻게 행동으로 연결되는지도 미지의 영역이다. 타인과 살을 맞대며 쌓은 유대감, 표정이나 언술로 드러나는 감정은 고정값을 도출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이며 개개인의 살갗 위로 축적한 고유한 체험이다.


'인간의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라는 시인 폴 발레리의 말처럼,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체화한 신체적 경험에서부터 타인과 세계를 지각하며 마침내 존재에 도달하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 민찬욱, 박관우, 정찬민은 생물학적 신체에서 비롯되는 탄생, 이동, 죽음이라는 개념이 디지털 휴먼 또는 인공지능에 적용될 때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인간의 몸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이들의 작업은 인간을 정의하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규정짓는 행위를 통해 파생되는 질문을 던진다. 각기 다른 이유로 전시장으로 발걸음 한 개개인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 지극히 사적이고도 인간적인 모습이 있을 것이다.   ] -전시서문

<디지털 자아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가?> , 민찬욱 2023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두 개의 인공지능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을 연출한 작업이다. 이들의 대화는 빛의 깜빡거림으로 이뤄지는데,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삶이라는 이상적인 미래가 아닌,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소통하는 미래를 예견한다.


'기계'의 발명 혹은 탄생은 인간의 필요와 직결된다 그렇기에 작가는 만약 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이 기계들을 실존하는 존재나 생명체로 규정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휴먼은 무엇인가?> 2022


다양한 등장인물이 디지털 휴먼에게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디지털 휴먼이 답하는 형식의 영상 작업이다. 작가의 형상을 복제한 디지털 휴먼들은 인간이 건네는 질문에 답하고 그 역할을 다하면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순환구조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디지털 휴먼의 모습과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이 얼마나 다를지 반추하게 한다.

<죽은 자의 대화>, 2024


<디지털 휴먼은 무엇인가?>2022의 연작으로,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여 쓰러져 있는 디지털 휴먼이 소멸하는 과정 속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독백하며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여러 자아를 인정하는 단계를 거쳐 디지털의 최소 단위인 픽셀로 환원되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실존하는 인간의 정보를 복제한 디지털 휴먼에게 '자아'가 생겼을 때, 그 존재의 생과 사는 누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디지털 휴먼이 나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면,

나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에 대해 답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휴먼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나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으려 애쓴다.

.

.



<이동부피>, 정찬민, 2024


<행동부피>2023의 연작으로 작가가 이동에 소비한 시간, GPS좌표, 평균속도 정보를 종합하여 각 하루씩 총 5일간의 기록을 5개의 공기 조형물로 시각화한 작업이다. 공기 조형물은 살갗이 부풀다 이내 다시 처지듯, 유기적인 생의 순환 과정을 암시한다.


작가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여겨져 점차 축소되고 있는 '이동'이 지닌 의미에 주목하여, 자신의 몸을 주체적으로 자각하는 행위이자 세상과 개인을 매개하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멀미로운 생활>2024

이동하는 작가의 신체 데이터와 누리호의 발사장면, 위성으로 본 버스의 실시간 이동 경로의 모습을 3D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왜곡하거나 변형한 영상 작업이다.


'멀미'는 신체의 감각들이 불일치할 때 어지럼증을 야기하는 생물학적 증상으로, '이동'이라는 행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자각하게 하는 몸의 반응이다.


작가는 신체 감각 사이의 어긋남에 빗대어, 오늘날의 우리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을 얼마나 균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서민서, 이동>, 정찬민 2023


'서민서'라는 이름을 지닌 메타 휴먼이 이동의 정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에 따른 신체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 작업.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서민서'는 인간과 같이 물리적인 몸이 없기에 무선 통신이 연결된 사물 사이를 이동하는 자신을 묘사한다.


서민서의 답변은 모두 인공지능 챗봇이 생성한 답변들을 재조합한 것으로, 육체가 없는 서민서의 답변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확장될 이동과 경험의 정의를 상상하게 한다.

<현상된 움직임>, 2024

작가가 광역버스에 탑승하여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3D프린팅 한 조각과 영상으로 제작한 연작이다.


각 조각은 작가가 버스에서 1초 단위로 발바닥과 정수리의 기울기 변화를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영상 작업은 작가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장수리에 가속도 센서를 두고 측정한 데이터값을 입력하고 이를 시각화해 달라는 질문에 챗GPT가 생성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무형의 움직임을 가시화하려는 작가의 태도는 효율 중심의 기술 진화 과정에서 누락되는 물리적인 인경험에 대한 기록의 의미를 지닌다.



신나서 따라하는 남편;;

박관우 <도슨트 프로그램>, 2024

전시해설을 잘 진행하던 도슨트가 갑자기 관람객에게 부적절하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질문을 한다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류가 난 기계처럼 5분간 멈춰 선다면?

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도슨트가 주어진 역할을 이탈하여 고장 난 기계처럼 행동을 종료하는 과정을 '설계된 체험'으로 제시하는 작품.


인간과 비인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분 짓고 두 역할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간극에 대해 조명한다.

(: 고장 난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과,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는 명확히 다른 게 아닌가...?)



<인간의 대화 5>, 박관우, 2024


두 명의 인터프리터가 25분간 주어진 36개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영상 작업. 두 세트로 구성된 질문지는 1997년 미국의 심리학자 아서 아론이 제한한 '사랑에 빠지기 위한 36개의 질문들'내용 중 일부를 차용하였으며, 발화자의 정체성과 연계하여 감각이나 기억, 감정과 믿음에 대해 상상력을 요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인터프리터들의 대사는 작가가 챗지피티-4와 주고받은 텍스트와 본인들이 특정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이를 상상하며 말하는 내용이 혼동되어 있다.


또한 처음에는 이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결된 한 쌍의 대화를 이뤄간다.




<머스크멜론>, 박관우, 2023

(미드저니로 생성한 이미지라고 한다. ㅎㅎ)


<녹색등대>는 공상과학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프로젝트 작업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2052년의 이주사건' 장의 세계관에서부터 <달콤한 꿈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머스크 멜론>이 파생되었다.


'2025년의 이주사건'은 근미래에, '머크 저커버그'라는 기업가가 유통 재벌 '멜론 머스크'와 함께 현실의 신체를 종료하고, 온라인 속 가상국가 '뉴-이데아'로 이주할 참여자를 모집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이주 후의 삶은 경험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기에,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 '믿음'이나 '이상'의 영역에 위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은유한다.


<달콤한 꿈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가네모토 하미와의 인터뷰& 김상식과의 인터뷰)>, 2022


<녹색등대>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작업.

'2025년의 이주사건' 이후, 1차 이주 참여자의 주변인이었던 두 남녀가 2차 이주를 희망하는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영상이 마무리된다.


작가는 실제로 '2025년의 이주사건'을 배경으로 5주간 집단 심리극 <래빗홀>을 진행했는데, 당시 '가네모토 하미'와 '김상식'역할을 맡은 두 명의 인터프리터가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발화하는 영상을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0과 1로 이루어진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까지 학습하고 나서,

누구보다도 내 감정을 잘 헤아려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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