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공간까지 인간의 공간이 확장된 시대에, 무심코 폰타나의 작품을 보면 ‘뭐야 나도 캔버스에 구멍 낼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데 2차원 캔버스 위에 3차원 공간의 환영을 나타내는 것이 그림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캔버스에 구멍을 뚫어 ‘이거 진짜 레알 공간’을 만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르헨티나 태생 이탈리아 작가 루치오 폰타나(1899-1968)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친 후 1946년 <백색선언>을 통해 ‘공간주의’라는 새로운 미술 개념을 소개한다.
내용인 즉슨,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표현 재료는 더 이상 기계시대의 시대정신을 담을 수 없으니, 시간과 공간이 통일된 새로운 예술로 낡은 예술 개념을 깨부수겠다는 것. 그 후 12년동안 여러개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공간주의에 대한 생각을 확장한다.
미술관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빛의 궤적 같은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1951년 당시 새로운 재료였던 네온을 이용하여 설치한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를 재현한 작품이다. 전체 길이가 100미터에 가까운 곡선의 네온관으로 1층과 2층에서 다른 시점으로 감상 가능하다. (마치 피카소 할아버지가 1949년 카메라 장노출을 활용해 빛으로 그린 그림이 실제 공간에 조형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2층 전시실에는 1940년대, 60년대에 소개된 공간작품을 그대로 재현한 6개의 <공간환경> 작품이 소개된다. 우주가 연상되는 어두 컴컴한 공간의 윗부분에 형광페인트를 발라 발광 효과를 낸 조형물 <검은빛의 공간 환경>은 서구미술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환경 조각이기도 하다.
허공에 선처럼 그어진 붉은 네온 빛이 가득 채워진 방, 미로처럼 좁은 통로로 이루어진 공간, 암흑의 공간에 연속적으로 작은 초록색 조명을 설치하여 끝없이 이어질것 같은 공간을 경험하면서 폰타나가 추구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경험해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전위부대‘를 뜻하는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예술 관념과 형식을 타파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예술 운동을 지칭하는데, 완전 보수적인 이탈리아 화단에서 미래주의 이후 전통 개념에 도전한 아방가르드 예술사조가 공간주의다.
괜히 앞서나갔다가 빨리 죽게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대세의 흐름을 따르는게 인간의 속성이거늘. 언제나 존속살인을 거침없이 이행하며 새로움을 추구했던 작가들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캔버스에 국한되었던 공간개념을 환경예술로 확대하고, 라이트아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그룹에 영향을 주었던 폰타나의 작품이 궁금하시다면!! #솔올미술관 #강릉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