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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옥띠 Apr 13. 2023

동생아, 자취를 응원해!


동생이 자취를 시작했다.


그동안 기숙사에 살아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싫단다.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배달음식을 왕창 시켜 먹은 탓에 불어버린 살들이 걱정된단다.

그리고 나처럼 혼자 편하게 살고 싶단다.


에휴.. 동생아

기숙사에 들어가면 우리가 좀 편하니? 서울 월세에 관리비가 얼마인데, 아니 그렇게 기숙사가 싫은 거니,

그냥 누나 집에서 한 시간 통학하면 안 되겠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나도 비슷한 과거 이력이 있기에.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자취가 확정나면 그 길로 엄마는 네이버 부동산을 뒤지기 시작하고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잡는다. 엄마아빠는 멀리서 오기 때문에 최대한 하루에 많이 물건을 볼 수 있게끔. 아빠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와 deal을 한다. 학교와의 거리, 적당한 금액대, 혼자 살 거지만 우리 넷이 잘 수 있을 정도의 공간 등 완벽하지 못하지만 나름의 취사선택을 통해 동생의 집을 계약하고 가구를 주문하고 나까지 합세해서 행거를 조립하고 최종적으로 다이소에서 바구니와 필요한 생활용품을 샀는 것으로 집정리가 마무리되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장을 보곤 서랍은 꽉 차게, 냉장고가 풍족하게,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남쪽 방향으로 자야 한다고 나침반 어플을 다운 받아 침대 위치를 잡고 커튼도 달고 보니 텅 비었던 집이 이제 좀 살만해 보인다.



그러나 실은 마음이 안 좋다.

'얘가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


한 번은 엄마가 내게 60살이 되어도 아기라고 했다. 지금의 이 감정과 비슷한 건가.

동생이 어엿한 성인인데도 내가 봤을 때는 한없이 여려서 챙겨줘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잔소리가 는다. 배달음식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당분 많은 스무디 매일 마시지 말고, 내가 사준 영양제 꼭 챙겨 먹고, 아맞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산균 그리고 물 한 잔 꼭! 헬스장 끊어줄테니 체력관리하고, 절대! 친구들 집으로 데려오지 말고, 청소도 날 정해서 주기적으로 하라고.

내가 생각나는대로 와다다다 쏟아내니 덩달아 부모님도 동생이 나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며 한 소리 거든다. 동생은 누나보다 잘 살거니 조용히 좀 하란다. 알았다 쨔사. 알았으니 잘 살아라.


그래도 명색이 누나인데 해줄 수 있는 게 방금처럼 잔소리뿐이라면 섭섭하지.

가끔 동생네 놀러 가서 비싸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드라이브도 시켜 줄 예정이다.

집 들어오기 전에는 맥드라이브에서 좋아하는 오레오 맥플러리랑 감자튀김도 사줘야지.


괜시리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그래도 눈물은 하나도 안나더라) 용돈 줄까 물어봤더니 다시 한번 말해달라며 녹음기를 켜는 동생. 참나. 그럼 그러지.

대신 그 돈으로 주식 사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동생의 자취 첫날밤은 훈훈하게 마무리.

동생아, 자취를 응원해.

너의 모든 것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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