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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Dec 25. 2023

나 원래 초콜릿 싫어하는데 이건 맛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성취감

엄마: 크리스마스니까 우리 초콜릿 쿠키 만들어볼까?

아들: 나 초콜릿 싫어하는데

엄마: 그럼 안 먹어도 되니까 한번 만들어 보기만 할까?

아들: 좋아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아들: 초콜릿 쿠키 만드는 거 재밌다.

엄마: 그렇지? 만들어보니까 재밌지?

아들: 응. 나 원래 초콜릿 싫어하는데 이건 맛있다


자기가 만든 음식은 왜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까. 고된 노동에 대한 자기 합리화였을까.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오감이 촉진되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라면 내 것이 최고라고 느끼는 심리현상인 보유효과 때문일까.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물리적인 화학반응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자기가 만든 요리에 한해서 꽤 너그러운 아량을 베푼다.


아이는 초콜릿을 싫어했다. 간이 되지 않은 음식만 먹어 버릇해서인지 달고 짜거나 자극적인 맛의 음식을 입에 넣으면 그 강한 자극에 음식을 거부하곤 했다. 초콜릿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그 단맛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입에 넣고 단맛이 퍼지기도 전에 아이는 서둘러 초콜릿을 입에서 뱉어내곤 했다. 그랬던 아이가 제가 만든 초콜릿을 한입 어 물더니 웬일인지 이것만큼은 맛있다며 오독오독 씹어먹는 것이 아닌가.  


생선이 싫다며 손사래를 치던 아이가 부모와 낚시를 가서 직접 떡밥을 만들고 낚싯대를 던져 한참을 기다려 물고기를 잡 뒤부터 생선요리 전도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악기라면 진절머리를 치던 아이가 수준에 맞는 악기와 악곡을 오랜 기간 연습하여 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자 스스로 새로운 악기를 배워보겠노라 도전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지레 벽을 치거나 거부감을 드러는 이유는 여럿이겠으나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다. 직접 경험을 통한 성취가 바로 그것이다. 생선이 싫은 아이는 생선이 싫은 이유를 수십 개는 댈 수 있다. 악기라면 치를 떠는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 모두 시간을 들여 스스로 그것을 건져 올려낸 경험을 함과 동시에 약점은 극복되어 삶의 주요 터닝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되는 주요 지점이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내가 할 거야"를 끊임없이 외치며 자립을 꿈꾼다. 이 순간은 인간이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최초의 도전을 시도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간은 자신을 긍정하며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되거나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며 도전을 거부하며 살아가게 된다. 기다려주는 것이 힘들어서 쉬운 길이나 도움의 손길을 너무나 빨리 제공하는 부모는 아이의 이런 자립 욕구를 무시하는 셈이다. 자립하고 싶었던 아이는 그렇게 부모가 쳐둔 울타리 덕에 자립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는 한 인간의 존재 이유를 함몰시킨다. 우리는 살아가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전을 멈출 수 없다. 도전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로 인간의 삶에 많은 의미와 가능성을 부여하며 인간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된다. 그런 도전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행위는 그래서 인간이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 가혹행위와 다름없다.


인간은 스스로 일궈낸 것에 대해서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성취감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자신감이 생길 리 만무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모든 부모는 그래서 아이 스스로 아주 작은 것부터 성취할 수 있게끔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 때로는 정서적인 지지를 통해서, 때로는 방법적인 안내를 통해서, 부모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모든 인내심을 투여해 아이의 도전을 계획하고 응원하고 칭찬해야 한다. 그때 아이가 맺게 될 성취와 자신감의 과실은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최고의 달콤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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