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 간호사의 목소리 1.
간장에 조린 간호사들
저는 3월 초에 서울에서 대구로 파견을 자원해 한 달간 일하고 돌아온 간호사입니다. 집이 낯설고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당황스럽습니다. 남겨두고 떠나온 다정하고 선량한 대구 분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요. 어떤 고난에도 여러분들이 삶이 온전하기를, 지극히 평안하기를 빕니다.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밥은 잘 먹었습니다. 대구 전역에서 많은 분들께서 끼니마다 먹을거리를 양껏 보내주셔서 더치커피도 마시고 따뜻한 삼계탕도 먹고 영양 가득한 도시락도 잘 챙겨 먹었습니다. 홍삼도 먹고 아로니아도 먹고 귤도 사과도 토마토도 먹고 하여간 먹는 건 고루 잘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먹은 것들은 시민분들의 우려와 걱정인 것을 잘 압니다. 꾸역꾸역 잘 챙겨 먹고 보무도 씩씩하게 들어가 일도 걱실걱실했습니다. 건강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매스컴에서 간호사들의 모습을 숱하게 보셨을 거예요. 방호복을 입거나 땀에 절었거나 얼굴에 뭘 덕지덕지 붙인. 그렇지만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긴 시간 환자와 접촉하고 있고 매일같이 온갖 드라마들이 펼쳐지는데, 이상하게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아요. 그저 그 겉모습만, 그 고생의 외양들만 눈에 띌 뿐 우리 목소리는 음소거 처리한 영상처럼 잘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얘기를 하고 싶어요. 속에 옹골차게 차오르지만 내뱉지 못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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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일하셨나요?”
저는 대구의 코로나 지역 거점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병원의 모든 환자는 코로나 확진자입니다. 경증환자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악화되는 환자는 매우 빠르게 악화되어 중환자가 좀 문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병원의 입구는 몇 개를 제외하고 모두 폐쇄되었어요. 제가 본 건 두 갠데, 하나는 물이나 도시락을 넣는 통로로, 물품이 들어올 때만 열려요. 남은 하나는 의료진이 출입하는 통로로 환자가 한 명 탈출한 후에 잠금장치가 생겼습니다.
고친 외양간 정문이라고 볼 수 있죠!
병원은 전체가 오염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의료인력, 보조인력들은 병원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레벨 D 보호복과 PAPR을 착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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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D 보호복과 PAPR 은 뭔가요?”
---보호복.
보호복은 ABCD 다 있는데 기회 되실 때 검색해보세요. 웃기게 생겼으니까! D에서 A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걸 막을 수 있고, 단계가 높을수록 더 아오오니같이 생겼어요.
레벨 D 보호복은 뉴스에 많이 나오는 그 하얀 옷입니다. 바이러스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환자 접촉 전에 필수적으로 입게 됩니다. 두꺼운 비닐 같은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입는 방법은 이래요. 장갑을 끼고, 상하의가 하나로 된 옷을 입은 후 지퍼를 잠그고 지퍼 위로 테이프를 붙입니다. 같은 재질의 덧신을 신고 고정한 후 손에 장갑을 하나 더 끼고 테이프로 고정합니다.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여러분들께서 많이 보신 것처럼 고글을 끼고 후드를 써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게 정리합니다.
사진에 이마와 코, 뺨에 뭘 덕지덕지 붙인 간호사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 고글이 모두의 얼굴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밀착시키다 보면 이마와 코를 압박하고 그 상태로 두 시간 넘게 일하면 상처가 납니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 밴드와 폼드 레싱들을 붙여요. 물론 그래도 상처가 납니다.
이 옷은 입는 것보다 벗는 게 더 힘듭니다. 일단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였으니 떼 가며 벗어야 해요. 외부에 묻은 오염물질이 묻지 않게 잘 까뒤집어서 벗어야 하는데 아주 신중해야 하고 공이 많이 듭니다. 옷 벗다가 머리카락 닿아서 알코올로 빨래하는 사람들 많아요. 일을 마친 후 피로하고 집중력 떨어진 상태에서 보호복을 벗는 일은 꽤 성가신 일이지만, 물도 한 모금 못 마시고 샤워실로 직행하고 싶지 않으면 이 악물고 폭탄 제거반들처럼 한 땀 한 땀 신중하게 벗습니다.
물론 이 옷을 입고 일하는 것 역시 힘듭니다. 온몸을 빈틈없이 감싸는 통풍이 안 되는 옷이니 땀이 뻘뻘 나고 고글에는 김이 서려 앞도 잘 못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옷을 입고 두 시간 넘게 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오늘만 일할 거라면 할 수 있겠지만요, 아니면 체력이 버텨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의료진들은 두 시간씩 일하고 교대합니다. 그래도 봉두난발에 땀범벅이에요. 지금은 날이 따스해 좀 나아졌지만, 3월 초중순만 해도 옷을 탈의한 후 흠뻑 젖은 채로 추위에 노출된 동료들이 감기에 잘 걸렸어요.
지금도 이 옷을 입는 분들은 더위와 싸워야 하고, 끝나면 추위를 탈거고, 약한 탈수가 올 거예요. 물을 마시고 옷을 입으면 화장실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일하러 가기 전에는 물도 많이 마시지 못합니다. 아니면 싸서 말리던가.
급똥이 오면 몰라요 난 몰라... 싸서 말…
나중에 가서는 물도 그냥 막 마셔요. 그게 어차피 땀으로 다 나오기 때문에 마렵지도(?) 않아요. 좀 지려도 (??) 어차피 다 젖었는데 티도 안 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PAPR.
PAPR은 상황이 좀 낫습니다. 뭘 뒤집어쓰고 머리 뒤에 호스를 단 의료진들을 사진에서 종종 보셨을 거예요. 허리에 매달린 기계가 필터에서 정화된 공기를 뿜어주고, 후드 내를 양압으로 유지해 줍니다. 다행히 이걸 쓴 사람들은 레벨 D만 입은 사람보다 훨씬 시원해요! (안 덥다는 말은 아님)
단점이라면 귀와 머리가 소름 끼치게 시리고 후드 때문에 소리가 잘 안 들립니다. 청진기는 당연히 못쓰고요. 위관이 잘 들어갔는지, 폐가 어떤지 그런 건 그냥 엑스레이로 봐야 합니다. 소리가 영 안 들리니 전화로 대화가 안 돼서 스피커를 켜놓고 서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나오면 목이 쉽니다. 의료진끼리 서로 소리 박박 지르고 아주 가족오락관이 따로 없습니다.
저희가 이 안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것입니다.
'뭐라고요?’
'안 들려요!'
또 허리에 매달린 기계가 무겁습니다.. 벨트는 꽉 조여지지 않아서 헐렁하고 그러면 더 무겁습니다. 항상 허리가 아파요.
중환자실만 PAPR을 착용합니다.
중환자실은 간호사가 모든 시간 환자 옆에 밀착해 간호해야 합니다. 노출시간이 병동보다 길고, 비말이 튀는 작업, 예를 들면 기관삽관에 참여하거나 앰부 백을 짜거나 석션, 구강 간호 등을 해야 하는 일이 잦습니다. 때문에 보호를 위해 반드시 착용합니다.
모두가 착용하면 좋겠지만 수량이 많이 없어요. 후드도 수량이 없어서 원래는 1회용이지만 그냥 쓰던걸 알코올로 박박 빨아서 다음에 또 씁니다.
---보호복 입고 업무 하기
보호복을 입으면, 만사가 갑자기 몹시 버거워져요. 모든 처치가 느려집니다. 라텍스 장갑을 두 개 끼고 환자의 정맥을 느끼는 일은 제법 난도가 높습니다. 또 정맥주사를 잡았다고 치면, 장갑에 덕지덕지 들러붙는 테이프를 한 손으로 주삿바늘을 고정한 채 잘 떼다 붙여야 되는데 죽을 맛입니다. 밥알로 공기놀이하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환자의 몸에 들어간 모든 관이나 상처들에 붙인 드레싱들도 다 접착력이 있는데 그것들이 장갑을 너무 사랑해요… 자꾸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데 장갑이 성할 리 없겠죠. 테이프 떼다 장갑에 구멍이 나면 하나 더 낍니다.
세상에, 장갑 세 개 끼고 정맥주사를 놓으라니 그것 참 쇠젓가락으로 메추리알이 집히는 확률이더라고요! 시야도 좁고 손은 둔하고 옷이며 장갑이 어디 자꾸 끼고 PAPR 이 달린 허리를 어디 박으면 안 되고 덧신이며 발아래 온갖 전선이며 물건들이 우리를 위협하죠. 평소와 같은 일을 해도 시간은 두배로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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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점들이 또 있나요?”
---쉬는 날
처음에는 열흘씩 쉬는 날이 없는 분도 계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쉬는 날이 좀 나오고요.
저와 제 동료들은 쉬는 날이 거의 일주일에 하루 꼴로 있었어요. 한 달 내네요. 교대근무를 하면서 쉬는 날이 이렇게 나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상상하기 힘드실 거예요. 그냥 엄청 힘들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동료는 7일 동안 연속 근무를 했죠. 외국인 노동자한테도 이렇게는 못 시킨다던 그 친구는 8일째도 근무가 배정된 걸 보고 결국 수간호사 선생님과 여기가 필리핀인지 방글라데시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좀 하고 오프를 받았습니다.
번표는 매일매일 쪽번표가 나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출근여부를 저녁 8시에야 알 수 있을 때도 많아요. 하도 사람이 들고나는 데다 사람 수는 적고 전표 짜기가 어렵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일 계획이라는 게 없죠. 그냥 자고 먹고 언제든지 일할수 있게 준비합니다.
---숙소
초반에는 사람들이 장례식장에서 자고 그랬어요. 그냥 간신히 먹고 자고 몸 뉘일 공간 확보만 하는 거죠. 지금은 모든 간호사들이 원하면 호텔로 숙소를 제공받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먹고 자고만 하지만요. 그래도 아주 다르죠.
숙소 문제는 코로나 환자를 보는 병원들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숙소들을 안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병원들에서 요구에 못 이겨(?) 병동을 하나 비워서 의료진 숙소로 제공합니다. 보호구를 착용했기 때문에 따로 격리는 필요 없다고들 하지만 아기가 있고 가족들이 있는 의료진들에게 그냥 집에 가라는 말은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간호사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들에서 왕왕 항의가 들어오는 것만 봐도 간호사들은 피가 마릅니다. 차출이든 자원이든 누구라도 자신의 일로 가족에게 일말의 위험이라도 간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물품
물품공급은 아직도 애로사항이에요.
아주 기본적인 물품인 석션 용품, 생리식염수, 카테터나 알코올 솜 손 소독 젤 장갑, 체온계 캡. 기저귀나 시트, 물티슈, 심지어 여긴 중환자실인데 심장 제세동기랑 E-cart 물품... 이런 물건 들은 제가 처음 왔을 때 찾아 헤매다 당황스러운 장소에서 발견한 것들이에요. 얼마 되지도 않는 간호사들이 수해지역 개 찾으러 다니는 중늙은이처럼 더듬더듬 체온계 캡이며 혈당측정기며 수액 주사기 등을 찾아 헤매 다녀야 했어요.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아졌고요.
환자 중증도가 올라가면서 필요한 물품도 많아졌지만, 수량이 부족하고 급하다 보니 두는 장소나 정리가 엉망진창이 돼버립니다. 그걸 정리하고 인계하고 나가기엔 두 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고요. 정리할 인력을 따로 두기엔 우리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냥 모두들 뭘 찾으러 뛰어다녀요. 뛰어다니지만 어딘가는 있어요... 뭐 없을 때도 많지만 그건 상황실에 말하면 상황실 선생님들은 무슨 짓을 해서 건 그걸 구해다 주시고, 다음 교대시간에 구세주같이 등장하는 다음번 선생님들이 들고 나타납니다.
하지만 수액 투여용 기계를 다는 폴대, 에이라인 돔, 베개(돌덩이 같은 베개 말고. 이것의 용도가 사람 몸을 올려놓는 것인지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것인지), 크기 맞는 시트 같은 것들은 부족합니다.
시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트가 1회용밖에 쓸 수가 없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간호사들이 고생 고생해서 끼워놓으면 고작 몇 시간 있다 환자와 함께 시트가 빠져서 주르륵 흘러내려요. 속에서 천불이 솟아올라옵니다!
낑낑거리면서 환자를 깨끗하게 정리해놓으면 다음 교대에 이미 환자가 침대 위에 시트랑 같이 굴러다니고 있다고요. 구겨진 시트가 환자 몸 밑에서 욕창을 만들까 봐 또 그걸 정리하겠다고 간호사들은 허리랑 손목이 끊어지도록 환자를 들고 또 들고 그럽니다. 시트 때문에요. 그래도 욕창은 생깁니다. 간호사들이 너무 적고 중환자는 많으니 바빠서 환자 자세를 바꿔줄 시간을 자주 낼 수가 없어요. 더군다나 이토록 (시트 때문에) 힘들다면요! 이것도 상황실에서 어떻게 해서든 구해다 주시겠지만, 시트는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걸요.
중환자실 환자는 대부분 혈압을 보기 위해 동맥 라인을 잡는데 그걸 에이라인이라고 해요. 에이라인 돔은 에이라인 키트를 고정하는 기구인데요, 환자 심장 높이에 맞춰 높이를 조정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이 에이라인 돔이 없어서 그냥 키트는 폴대에 테이프로 붙여놓고 장갑 두 개 낀 손으로 이놈의 테이프가 도통 안 떨어지니까 환자를 올리고 내려서 높이를 맞춰요. 그렇지요 뭐 키트가 못 움직이면 환자는 움직일 수 있지요!
예전보다는 나은 게 펌핑 백이 없어 커프를 감아서 압력 넣던 때가 있었어요. 동맥관을 잡으면 환자의 동맥 압력 때문에 혈액이 관을 타고 올라오거든요. 그걸 막으려면 수액에 마주 압력을 넣어야 해요. 그걸 하는 게 펌핑 백인데 없으니까 환자 혈압 잴 때 팔을 감는 커프를 감아 압력을 넣어놓은 거죠. 지금은 펌핑 백은 다 있어요. 다행이고 감사해요. 진심이에요. 이다음에 누구 다른 환자 에이라인 잡으면 뭘로 해야 되지 손으로 잡고 있어야 되나 생각했거든요.
---보조인력
보통 이런 물품들은 일반적인 병원에서는 보조인력께서 채워주세요. 하지만 여기서 그런 사치를 바랄 수는 없죠. 밤 번 간호사가 없는 물품을 파악에서 상황실을 털어옵니다. 밤에 큰 비닐봉지를 여러 명이 달라붙어 탐욕스레 채우고 있는 걸 보면 왜 턴다고 하는지 아실 거예요!
밤번이 바빠서 어쩔 수 없이 덜 털어 왔으면 데이 이브닝은 그냥 없는 물품 속에서 좀 더 뛰어다니면서 일하는 거고요. 그래서 나이트는 어린 자식 거 둬 먹이는 가장의 심정으로 알코올 솜이며 주사기며 온갖 것들을 눈을 번들대며 크고 아름다운 비닐에 채워 넣습니다. 그걸 손에 손에 싸들고 병동까지 들고 올라갑니다. 옮겨주는 인력도 물론 없어요.
보조인력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엔 청소도 있어요. 역시 청소 전담 인력을 기대할 수 없으니 간호사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빗자루를 휘두르면서 돌아다닙니다. 일반적으로 중환자실은 물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조금만 지나도 쓰레기장이거든요. 근데 청소인력은 없거나 아주 가끔 들어오니까 그냥 우리 몸으로 때우는 거죠! 일을 하려면 최소한 발로 쓰레기를 쳐내면서 전진하는 상태면 안되니까요. 제가 처음에 여기 왔을 때가 딱 그랬어요. 쓰레기장에 환자 셋이 누워있었습니다. 병원 측에서 어떻게든 인력을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인력이 모자라서 청소며 뭐며 진행이 안됐어요. 그때부터였던가요, 몸으로 때우기 시작했던 게.
---간호사 인력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환자 간호에 더해 병동을 청소하고 물품을 정리하며 환자도 옮기고 닦아야 하고 검체나 혈액도 손수 옮겨야 합니다. 인력이 없으니 의사들이 했을 드레싱이나 처치를 간호사가 해야 할 때도 많고요. 간호사 대비 환자가 너무 많으니 바이탈 사인만 재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맥주사를 놓거나 약을 분류해 투여하는 것도 아주 오래 걸립니다. 거기 더해 불안에 지친 보호자들이 밤낮없이 하는 전화도 받아야 하고요.
대소변도 치우고 닦아주고 시트도 갈고 옷도 갈아입히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환자 상태를 지켜봐야 하고요. 도망치는 환자도 모셔와서 어르고 달래고 합니다. 답답하니까 옷도 싹 갈아입고 도주를 시도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교대하고 나간 간호사들이 1층에서 가방까지 챙겨 들고 출구를 찾아 방황하는 환자를 종종 찾아 모시고 올라옵니다.
중환자실은 차치하고라도 병동에서는 환자 식사도 직접 들어다 배식하고 심지어 필요하면 떠먹여 줍니다. 죽이냐 밥이냐 이걸 아주 신중하게 선별해 배식해야 한대요. 엄청난 컴플레인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온갖 업무가 모두 간호사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할 사람이 없으니 어찌어찌 다 하기야 하지만, 인력의 부족을 절실하게 느끼죠. 간호사는 천수관음이 아니니까요. 중환자실 같은 부서는 가장 많은 인력을 집중해서 투입하고 있지만, 경력 간호사가 많이 모자랍니다.
의료계의 방패이자 발 걸레 같은 존재인 간호사들이야 인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늘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병동을 24시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교대근무를 해요. 가장 밀접하게 환자를 봐야 해서 노출 위험은 가장 크고, 접촉시간도 가장 길죠. 이런 부분은 이런 코로나 사태 같은 비상시가 아니라도 감염 환자를 보는 간호사는 늘 겪는 일입니다.
먹고 자고 쉬고 일하는, 일하는 환경의 조성에 관한 문제들은 힘들지만 점차 나아집니다. 그저 견딜 따름입니다. 여기서는 모든 인력이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일을 온 힘을 다해서 해내고 있어요.
인계 후 교대하고 나와서 한숨 돌리고 서로를 쳐다보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어요. 얼굴에는 눌린 자국이 남았고, 쪼글쪼글한 표정에 다들 몸이 좀 구부러져있고 약간 안색이 시컴한것이 간장에 조린 것 같거든요.
간장에 조린 간호사들이 여길 지키고 있습니다.
상황실도 간호사도 의사도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간호사니까 간호사가 제일 고생한다고 하고 싶네요. 정말이지 모두 눈물 나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