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늘봄학교가 학교현장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하여 학생 성장·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계획대로 되면 기존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 개선한 단일체제로서 앞으로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은 없어지고, 늘봄학교 하나의 체제만 존재하게 된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가교육책임 강화’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다. 학부모가 원하면 자녀를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최대 13시간 동안 학교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시간 동안 학교에서 간식과 간편식 등을 포함한 삼시 세끼도 주고, 질과 양을 모두 확보한 교육적인 돌봄을 제공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여 맞벌이 가정의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자녀교육의 어려움으로 인한 결혼과 출산 기피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인구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현장 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총선을 앞두고 젊은 표들을 얻기 위해 조급하게 실시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늘봄학교는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가, 교육을 넘어 돌봄까지 학교가 책임의 주체로 서는 것이 옳은가, 학교가 돌봄까지 운영할 수 있는 행정적,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시행 초기부터 끊임없이 논란의 주제로 등장하였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본격적인 정책 시행 전에 “2024학년도부터 늘봄학교를 전국으로 확산하되 학교와 교원에게 추가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업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이후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학교·교원 업무경감을 위해 (늘봄 관련) 추가 업무를 기존 교원 업무와 분리 운영할 것”이라면서 “지역별 여건에 따른 지자체 협력 운영 모델 등 검토, 학교 내 분리형, 지자체 및 공공기관 위탁형 운영 모형 등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교육연대 소속단체가 2024년 4월 24일(수) 경기도의회에서 개최한 늘봄 정책 토론회에서 보면, 늘봄학교 시행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교육연대(정부교 집행위원장)는 2024년 3월 4일부터 실시했던 ‘3월 경기 늘봄 운영 학교 대상 실태조사’와 4월에 실시한 ‘경기 늘봄학교 파행 사례’ 발표에서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업무에 악영향’, ‘교사의 늘봄 강사 역할로 수업 준비 차질’,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혼란 발생’, ‘늘봄 수요조사와 실제 참여 인원 격차로 인한 민원 증가’, ‘기간제 교사 채용이 안 된 학교에서 교사에게 업무 전가’ 등의 사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즉 늘봄이 학교 안에서 시행되면서 교사에게 업무를 전가시키고, 늘봄 수업을 교사가 맡게 되면서 교육과정에 전념해야 할 교사들이 전체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에 전념할 수 없게 되고 있다고 하였다. 경기실천교사모임 회장인 김차명 교사 또한 늘봄학교 시행대상인 1학년 부장으로서 현재 학교 안의 돌봄교실과 늘봄교실, 방과후 교실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정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돌봄이 늘봄으로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늘봄학교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학부모 단체와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안전한 돌봄’과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늘봄학교의 목적인 돌봄과 교육을 위해 ‘교육공동체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성 강화와 법제화로 아이들이 행복한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초등보육전담사가 배제되고 있어 공적 돌봄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부실한 늘봄정책으로 인해 현장의 혼선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늘봄 2시간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기존 돌봄교실과 비교하여 과도하게 낭비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초등보육전담사의 노동 안정화’, ‘초등보육전담사 확대 및 오후 돌봄교실 확대’, ‘보육과 프로그램 질 향상’, ‘교육청 내 센터 설치’, ‘공적 돌봄 강화!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직교사들이 진행한 토론에서도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너무 쉽게 바뀌는 문제를 지적하며 돌봄은 권력과 무관한 시대적 요구이기에 ‘교육백년지대계’에 맞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이 계획되어야 하며 특히, 돌봄 정책과 관련해서는 20년간 진행되어 온 돌봄 정책이 갑작스럽게 늘봄 정책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돌봄과 방과 후를 통한 돌봄이 혼선을 겪고 있어 돌봄교실과 방과후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돌봄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공적인 기구를 두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여,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돌봄 체계를 정부 기구를 만들어서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늘봄 정책은 기존에 돌봄과 방과 후로 정착되어 오던 돌봄 체계에 혼선을 주고 있고, 공교육 예산을 감축하여 마련한 늘봄 예산 때문에 공교육예산을 삭감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준비하여야 하고, 정치적인 공약으로 진행되는 ‘늘봄 정책’은 우선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늘봄학교의 정책 시행에서 교육 외적 요인의 압박에 의한 교육정책 결정, 현장에서의 충분한 사전논의 및 협의의 배제, 탑다운 방식의 정책 시행 등 우리 교육정책의 고질적인 난맥상을 다시 보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과 돌봄의 당위성이나 자녀의 방과 후 시간 관리에 대한 학부모의 절박성에만 기대지 말고 내년 이후 늘봄학교를 확대 적용하기 전에 정책 시행상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보완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