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오기에게 의료비를 청구청구합니다
<미오기傳>을 읽다 허리병이 도졌다. 그냥 무심코 ‘요기보’에 앉아 낄낄거리며 책을 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세가 무너져 앉았다, 기댔다, 눕다, 결국 요기보에 머리를 받쳐놓고 바닥을 깔고 누워 책을 다 읽고 말았다. 페북에서 대부분 읽은 것들이지만 다시 읽으니 또 재미있다. 아내가 지나가면서 아이고! 저런 자세로 책을 읽다니 쯧쯧, 어쩌고 혀를 차고, 나도 상당히 몸이 불편하다고 느끼면서 책을 중간에 덮어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고 말았던 것이다.
다음날 침대에 일어나는데 몸이 이상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아프고 걸을 때는 통통 허리가 울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면 허리가 숨이 막히게 아팠다. 병원에 가니 디스크가 어쩌고 하더니 엑스레이 찍고 나더니 뼈는 이상 없고 근육이 뭉쳐 허리가 아픈 거라고 한다. 한 마디로 자세 불량! 자세 불량의 원인을 김미옥 씨가 제공했으니 진료비와 물리치료비 약값 14500원, 기타 3-4일 동안의 미활력 활동에 대한 위자료를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페부커에게는 김미옥 씨야 천하에 다 아는 분일 테지만, 글의 능력을 확인하고자 페북을 하지 않는 방송작가 김0현 씨에게 읽어보라고 하니 며칠 뒤 배꼽을 잡고 웃었다며 어떻게 글을 이렇게 재미나게 쓰는 사람이 있느냐, 남편도 읽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내에게도 읽어보라고 하니 <미오기전>을 다 읽고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주문해서 또 읽는다. 이 책을 다 읽더니 여기에서 언급된 책들을 또 주문하고 관련 영화를 찾아서 본다. 이른바 '김미옥 효과'를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박학다식하고 글이 깊이 있다고 한다. 페북을 하지 않는 아내는 김미옥 씨의 배경을 모르니 당연히 그렇게 말할 법하다.
학교를 퇴직하고 대학에서 2년 동안 글쓰기 수업을 했다. 고등학교까지의 경험도 일천하고 표현력이랄 것도 따로 배우지 못한 전문대학생들에게 가끔 김미옥의 페북 글을 읽어주면서 글을 잘 쓰면 눈물 나는 이야기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시키는 직장 상사들에게 ‘빅엿’을 통쾌하게 먹이는 일도 가능하다고, 너희 알바 진상 고객이나 갑질 사장 이야기 쓰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고, 이른바 ‘치유의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얼마나 뻥쳤던가!
김미옥 씨의 글은 sns의 글에 최적화되어 있다. 첫째,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을 잘 집어내어 쓴다. 둘째 어떤 문제나 사건을 주저리주저리 시시콜콜 쓰지 않고 중간중간에 점프를 하고 비약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셋째, 대개 글의 끝에 한 두 문장으로 글의 전체적인 뜻을 일괄 요약해 준다. 그게 촌철살인적 언사다. 넷째, 그의 전반부의 인생이 비극적인 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과 비극조차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어렸을 때부터 도서반장으로서 다 잡은 독서력과 독서가 고통을 자양분으로, 자산으로 승화시키며 배운 위트와 지혜가 아닐까 한다. 다섯째 지적이고 이성적인 내용을 감성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읽기가 쉽다. 다음으로 글의 분량이 적절하다. 책으로 활자화되니 글이 약간을 짧은 듯한데 페북에서는 적당한 규모인 것 같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것, 페북이라는 신매체를 통해 글쓰기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 소위 허가받은 글쟁이들의 나와바리를 전복시키고, 누구나 글은 쓰고 싶은 사람이 쓰고 대중의 인정에 의해서 작가가 될 수 있음에 시범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 문단제도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나도 1년에 100권씩은 읽고 쓰기 분량도 적지 않은데, 그의 독서나 글쓰기의 분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내가 페북을 시작하면서 그는 눈에 띄는 존재였다. 언젠가 앞에서 언급했었지만 영역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독서량, 위태로운 초인적인 열정, 가늠할 수 없는 필력을 보면서 페북열전 3으로 김미옥전을 쓰려던 것을 이제야 쓴다. 지난 6월 초 의정부교육청이 마련한 ‘나도 작가’ 교사 대상 프로그램에서 ‘김미옥을 아시나요?’를 주제로 썰을 푼 적이 있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