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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기아빠 Apr 22. 2020

우리 부부는 우리를 몰랐다 - 난임

쉽지 않겠지만... 잘해보고 싶었다.

2. 우리 부부는 우리를 몰랐다 - 난임

「부부 7쌍 중 1쌍은 난임」...
난임이 놀라운 일도 아닌 시대이다.



   우리 부부는... 20대 후반, 살짝 빠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혼을 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 부부는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같이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젊기에...'
'조금 더 신혼을 즐겨도 되지 않나...?'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생기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로...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부부에게 자연스럽게 임신의 소식이 왔었고, 우리는 조금 당황했지만...

부부 사이에 있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그 즐거운 기다림은 중간에 멈춰야만 했다.

​[우리 부부는 아직 엄마, 아빠가 되기에는 부족했었나 보다.]

  ​슬프고... 조용하고... 화가 나는 시간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조금씩 여유를 찾고 다시 준비를 했다.
우리 부부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유산으로 상한 몸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임신을 위해 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다.
  병원에서 다니기 시작했고, 임신에 좋다는 음식과 약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 시간 안에서 초초하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조금 바뀐 것은 우리가 아이를 원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반갑게도 우리 부부에게는 또 한 번 임신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잘할 수 있었다.
  임신소식을 접하고 우리 부부는 이전보다 조금 더 큰 희망을 안고 기다렸다. 두 번의 실수는 있을 수 없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쌩초보 부부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도 우리는 이제 정말로 아이를 원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또 한 번 같은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지난번보다 더 많이 아파했고 힘이 빠졌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우리 부부의 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제 어쩌면 좋은가...그 이후로 또 유산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하고, 임신을 위해 몸을 만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 과정을 그 이후에도 2번을 더했다.
  우리 부부는 이제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우리 부부에게 '아이'이야기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간혹 있는 모임에 가는 것도, 명절에 고향에 가는 것도 힘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여전히 좋은 병원을 찾아다니고, 좋은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이제는 그냥 일상 같았다. 전라도 어디에 있는 약수가 좋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물 뜨려고 가기도 했었고 남편인 나는 병원 바뀔 때마다 정자 검사하는 것이 참.... 고행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  마지막으로 다닌 병원에서 임신 소식을 듣고는 아내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도 그 소식을 접하기 얼마 전 이런저런 이유로 스트레스가 적은 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이제는 정말로 우리 부부는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를 잘 지켜야만 했다.

​  조금 후의 이야기지만...상담치료 전공으로 다 늙어서 박사과정을 다닐때 아내와 나의 성격분석을 직접 표준화 검사를 기반으로 해 본 적이 있다. 아내나 나나 태생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쪽이라는 것이 설명이 쉬운 타입이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우리 부부가 회사를 그만두고, 스트레스가 많지 않은 회사로 옮긴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병원을 가는 행위 이외에는 외출도 안 하고, 혹시나 TV에 좋지 않은 것이 소식이 나오면 채널도 돌렸다. 아내는 태교에 좋다고 꼼지락거리면서 뭘 자꾸 만들고 나도 뱃속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지만, 멀리 돌아서 우리에게 온 아이... 그동안 아이를 기다리면서 우리 부부가 느꼈던 감정을 지금 우리 옆에 있는 아이에게 보상받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의 시간과 감정들은 우리 부부가 아이를 더 사랑하게 만들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  "사람 안에 있는 작은 사람이지만... 안에 있는 작은 사람도 자신을 품고 있는 큰 사람처럼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다만 너무 작은 움직임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큰 사람은 안에 있는 사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모성]이라는 초능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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