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수많은 창작물에서 남녀관계의 계급차는 그들의 사랑을 극적으로 만드는 조미료로 등장한다. 계급차로 인한 다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게 만들고, 가족과 주변인들의 반대는 그들의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의 계급차는 사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랑의 이해>는 은행을 배경으로 남녀의 계급차가 사랑, 또는 연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고드는 현실과 가까운 멜로 드라마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명의 캐릭터의 소비는 계급을 상징하며, 이에 따라 연애는 그 소비를 활용한 역할놀이로 표현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작품은 이런 경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지만, 이 작품에서는 유독 그런 지점들이 부각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그 이유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전복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미경은 상수의 마음을 ‘사고자’ 한다. 명품 옷에서 시작하여 차까지. 특히 차를 받았을 때 상수는 자존심에 상처가 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아마 이는 가부장제 질서에서라면 우위를 차지해야할 남성으로서 위신을 지키지 못하여 드러내는 감정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마음을 사기 위한 선물 공세는 수많은 창작물에서 등장해왔다. 선물의 주체가 남성이고 받는 자가 여성이었을 뿐이다. 이런 상수가 마음을 주는 캐릭터가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여성인 수영이라는 것은 상징적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수영과 종현, 미경과 상수가 처음으로 각각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순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놓은 장면이다. 가장 낮은 계급의 캐릭터로 설정된 종현은 수영에게 관심을 품는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살던 두 사람은 동네에서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종현은 저 너머의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며, 가장 낮은 계급의 캐릭터로 설정된 종현은 수영에게 관심을 품는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살던 두 사람은 동네에서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종현은 저 너머의 아파트를 갈망하고, 수영은 그런 종현의 시선을 좇는다.
그리고 곧바로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미경과 상수의 모습이 이어진다. 이때 두 사람의 배치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공간이 익숙한 미경은 고급 레스토랑의 핵심인 야경을 등지고 앉고, 상수는 식당의 분위기와 야경에 감탄한다. 그리고 그들이 향유하는 야경에는 안전한 유리벽이 있다. 돈으로 산 공간과 시간 속에서 그들은 안온한 시간을 보낸다.
종현이 꿈꾸는 세계는 이미 미경이 가진 세계다. 그 대비 속에서 두 세계는 침범 당하지 않는다. 야경이란 그런 것이다. 야경을 보는 것은 내가 속하지 않은 세계를 지켜보는 것이다. 갈망하거나, 향유하거나하는 식으로 두 커플은 서로가 서로의 야경이 된다.
나는 이 작품을 서사의 측면에서도 흥미롭게 감상했으나, 앞서 예로 든 것 같은 장면들에 매료되었다. 이 복잡한 관계성을 대사에만 의존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이지만, 분명 영상화되어 다른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감이 있고, 가부장이 되지 못한 남성들의 추한 모습들의 묘사가 불편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계급성을 내세운 이 로맨스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소설 <사랑의 이해>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사랑했지만 사랑을 믿지는 않았다.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것은 아니었다.” 이 두 문장은 이 작품을 온전히 요약해낸다. 자본주의 사회의 사랑을 고찰하며 바라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