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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E May 11. 2024

곁에 있어준다는 것의 의미

영화 <새벽의 모든>을 보고

이 영화는 PMS를 앓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야마조에,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인간이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고통. 모든 질병은 그런 것이라 하지만, 이들이 앓는 두 질환은 유독 사회에서 주목받지도 인정받지도 못하는 것들이다.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이라 하여, 정신적으로 나약한 것이라 하여 외면당하고 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존하는 고통에 두 사람은 아파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본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알아본 두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돕는다. 두 사람은 서로가 겪는 아픔의 원인을 따져묻거나, 함부로 동정하지 않으며 그저 아픔의 순간에 서로의 곁에 있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곁에 있음’은 서로의 힘이 된다.

 

FILO에 실린 이후경 평론가의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후경 평론가는 이 영화를 “매일 찾아오는 밤을, 그 어둠을 어떻게, 누군가와 함께 견딜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영화로 읽어낸다.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다고.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가 겪는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을 거라고. 그의 밤을 그의 어둠을 함께 견뎌내주고 싶다고. 이 영화는 속절없이 흘러가는 낮과 밤을 그렇게 살아나가고 싶게 만든다. ‘나’의 삶을 넘어 ‘우리’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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