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를 보고
올해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이 이어지지 않은 건 아니다. 내 슬픔따윈 상관 없다는 듯 아침은 왔고, 삶은 지속됐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유지되는 데 큰 보탬이 되준 것은 사람들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 이이즈카에게 다가와준 새로운 인연들처럼 나에게도 새로운 인연들이 찾아왔고, 그 필연을 닮은 우연들이 만든 만남들이 나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이즈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동료는 자신이 외국 살이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이즈카는 말한다. ”난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었어.“ 그러자 동료는 대답한다. “그래도 매일 아침 눈 떠서 일하는 것만으로 무척 기특하지 않아요?“ 이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남았다. 내 마음을 전부 보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상대가 내어주는 어떤 따뜻한 마음이 사람을 살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특별할 것 없는 영화다. 닿지 못할 것 같은 꿈에 도전하여 그것을 성취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세상에 다시 없을 특별한 인연을 만든다거나 하는 극적인 영화가 아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그런 반짝이고 극적인 순간으로만 채워지는 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순간을 살아가며, 작은 따뜻함들로 견뎌내는 게 인생 아닌가. 7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나는 충분한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더불어 <아사코>의 카라타 에리카를 다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 또한 귀중했다. 실패가 주는 공허함, 그러나 그 속에서도 견뎌내며 한 번씩 웃어낼 수 있는 삶을 그녀는 충분히 잘 연기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