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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윤슬 Apr 17. 2020

[윤슬 칼럼] 해외 클래식 문학을 사랑하는 이유

내 딸에게도 주고 싶은 '빨간 머리 앤'

‘어린왕자’, ‘노인과 바다’, ‘빨간 머리 앤’,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지막 잎새’ ……

이 책들은 꼭 읽지는 않았어도 한번쯤은 제목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릴 때 필독서로 추천을 받았거나, 서재 한 켠에 꽂혀 있는 책일 수도 있다. 최근에 작은 아씨들이 영화로 개봉되면서 소설책은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오랜 세월동안 잊히지 않고 불쑥불쑥 어딘가에서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난 당신의 평생의 키다리 아저씨가 될 거예요”라고 고백하는 이도 있으니 말이다. 

고전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100년이 지나도 책꽂이에 여전히 꽂혀 있을 것만 같은 책, 그것이 바로 해외 클래식 문학이다. 읽고 나서 또 읽어도 질리지 않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어린왕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독후감 쓰기 대회에 나가느라 읽게 되었다. 모자 같이 생긴 그림이 원래는 코끼리를 삼킨 구렁이의 모습이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충격이다. 귀가 긴 사막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는 지금 다시 읽어도 다 알 듯 하지만 온전히 알 수 없는 문장이다. 마치 어린왕자는 ‘네가 또 다시 읽을 때, 알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듯 한꺼번에 모든 깨달음을 다 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린왕자가 누렇게 바랬어도 책꽂이 구석에 꽂혀 있어도 여전히 그 자리를 다른 책에게 내주지 않는 것이다. 


‘빨간 머리 앤’은 어떨까? 초록색 지붕 집에 이사 온 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듣기에 좋다. 봄을 맞이한 초록색 지붕 집에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은 직접 가본 것처럼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앤을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생었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어떤 여인이 “나는 딸에게 가장 선물하고 싶은 책이 바로 빨간 머리 앤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에 반박 없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게 된다. 이렇게 앤은 나의 친구도 되었다가 내 딸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며 친구가 붉은 벽돌 담벼락에 분필로 나뭇잎 하나를 정성껏 그리며 “이건 마지막 잎새야!”라고 말하며 웃던 친구가 떠오른다. ‘마지막 잎새’를 지금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많은 출판사에서는 해마다 같은 해외고전문학 작품을 저마다 다른 번역으로 출판 시장에 내어 놓는다. ‘이미 아는 내용인데 과연 새롭게 내 놓는다고 잘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번역이 그때마다 다시 다듬어져서 같은 내용이라도 조금 더 쉽게 잘 읽히는 책으로 재탄생 된다. 그리고 삽화의 힘도 있다. 빨간 머리 앤 같은 경우는 앤의 삽화를 어떤 작가가 그렸는지에 따라 그 내용이 같아도 소장용으로 다시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언제나 다시 읽어도 매번 새로운 다짐과 깨달음을 하게 만드는 힘, 내가 고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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