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방윤슬 Sep 08. 2020

[윤슬 북퐁당]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어요

책에 퐁당 빠지는 시간_<리미트리스>2

“안녕하세요. 저는 케네디라고 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청소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어떤 여자가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갔다. 친했지만 그간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해 그녀가 어떻게 지냈는지 소식을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 “응 나야 대학 졸업 후에 들어갔던 곳에서 여전히 일하며 잘 지내고 있지!”, “우와 그럼 지금 10년도 넘었겠다. 거기서 무슨 일을 해?”, “나? 나는 회계 팀에서 일해.”     

이 여자의 대답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해외 빈곤 아동들을 돕는 NGO기관의 회계 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회사에는 대부분 ‘회계팀’이 존재한다. 그럼 다른 회사의 회계팀 직원과 그녀는 무엇이 다를까? 어떤 점이 다른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녀는 “나는 해외 수천 명의 빈곤 아동을 돕는 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자기가 속한 회사나 단체가 추구하는 목표나 사명이 자신의 실제적인 업무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만드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사람과 그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함께 나누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리미트리스>에는 이런 예화가 나온다. 

1962년, 나사(NASA)에서 일하는 한 청소부가 있었다. 이 사람에 대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하루는 존 F. 케네디가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 기지를 방문했다. 그때는 전 세계적으로 우주 개발 사업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케네디가 기지를 둘러보던 중 자루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는 한 청소부를 발견했다. 케네디는 그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며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케네디라고 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청소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 청소부는 성공에 관해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정의를 따르지 않았다. 청소하는 단순 업무지만 스스로 그 일에 의미와 목표를 규정하여 가치 있게 여겼다.      


남들이 보기에 청소부는 그저 공간을 치워 주고 임금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아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청소부는 나사가 하고자 하는 일을 그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 업무이지만 그 업무도 나사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한 부분이 된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엔지니어나 수학자, 천체 물리학자는 아니었지만, 나사의 동료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자신이 굉장한 역할을 맡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업무와 목표, 조직의 막중한 임무 사이의 관련성을 명확히 보았던 것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업적은 그를 고무시켰고 그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지난 날 해왔던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단순한 업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업무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지든 아니든 내가 속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업적은 나에게도 공유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남들이 말하는 것, 남들이 규정지어 놓은 기준과 가치에 휘둘리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제한된 가치로 내 일을 규정 지으며 살았던 것같다.       


<리미트리스>의 저자는 나사의 청소부 예화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과 내가 ‘누구인지’와 맞닿아 있는 것이 중요하며, 일과 자신이 ‘일치’된다면 자신이 현재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삶은 무한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높은 직급에서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뭔가 빠진 것 같이 공허함을 느낀다면,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하루의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데도 늘 부족한 것이 많은 것처럼 느낀다면 일과 자신이 일치되지 않은 것이다! 


          

청소부는 다른 사람의 성공 경로에 전혀 구속 받지 않았다. 손에 빗자루를 쥐든 계산기를 쥐든 모두가 의미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바로 그의 삶은 무한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_로라 개스너 오팅 <리미트리스> p.15  
작가의 이전글 [윤슬 날적이] 해외 원서를 고르는 재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