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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백한 책생활 Jul 21. 2022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원작 에세이 리뷰

최고의 전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이라던 손자병법의 문장이 생각났던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원작 일화가 수록된 조우성 변호사의 에세이다.


극중 주인공 ‘우영우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다. 서번트증후군으로 읽은 책을 모두 기억하지만 회전문 하나도 스스로 지나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캐릭터. ‘자폐성 천재라는 실패하기 어려운 소재와 휴머니즘적 요소가 조합돼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은 자폐와는 무관한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및 동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25년차 변호사의 경험담.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는 제목이 한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세련되진 않다고 느꼈는데 읽어보니 전혀 세련될 필요도, 드라마와 큰 관련도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드라마 원작으로서의 지위가 출판 마케팅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겠으나 에세이 자체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

(물론 드라마도 배우 박은빈도 훌륭하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드라마 1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 치상죄, 실수였다면 과실 치상죄,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뀐다고.  권의   1 <삶의 태도에 관하여> ‘마음 다룬다면 2 <일과 선택에 관하여> <로마인 이야기>에서 인용된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있겠다. “로마인은 수많은 전쟁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기고  뒤에는 양보했다. 중요한 것은 이기지 않고 양보하면 질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2편이  좋았다.


민사와 기업소송 전문으로 돈 관련 갈등을 해결한 사례가 많았는데 이를테면 상속에 관한 것. 흔한 ‘상속자들’의 이미지와 달리 현실엔 부모의 재산이 아니라 빚을 상속받는 경우가 많으며 3개월의 상속 포기 신고기한을 놓치면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다. 영문도 모르고 첫 월급을 가압류된 사회초년생을 빚더미에서 구해준 일화는 차라리 소설같다. 사소한 법 규정도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기에 기본적인 법률 상식은 필요하다는 것. 하루도 허투루 살 수 없다는 교훈마저 준다.


제도를 잘 활용한 사례도 인상적이다. 대기업이 개인의 마케팅 전략을 도용해도 적법한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제안을 듣고도 시큰둥했던 대기업이 6개월 후 그 아이디어를 대대적 이벤트에 활용해 큰 성공을 거둔 일이 있었는데, 의뢰인(스타트업 CEO)이 본인의 아이디어였다는 증거를 ‘영업비밀문서’로 등록해 둔 덕분에 승소했다고. 법률 지식과 준비성으로 스스로 권리를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에피소드 말미에 인용된 고전을 읽는 재미도 크다. 송명시대 학자 정자는 <논어>를 읽은 사람을 크게 넷으로 나누었다. 읽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한두 구절을 얻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다 읽은 뒤 자기도 모르게 춤을 추고 발로 뛰는 사람.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읽지 않은 것이라고 (2편, p.73).


아는 것이 힘이다. 그러나 진정한 힘은 아는 것을 ‘행하는것에 있다. 앎이 삶이 되는 .  책이 드라마 원작으로서의 가치를 넘어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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