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정없이 욕하고 비판하면서도 그가 가진 권력 앞에서는 또다른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 속에서 '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마음은 분노하는데, 얼굴은 웃어야 하는 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라던 가르침이 길앞에 반짝거립니다. 꾸준히 성실하게 한길만을 걷던 노인 한분이 푸른 하늘을 바라다 보며 긴 숨을 내쉽니다. 황혼 무렵, 무엇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지만 파도처럼 쉼없이 오고가는 다양한 삶의 길 가운데, 최소한 마음만은 투명한 길을 걷자던 스무살의 청춘이 빈 노트 위에서 오래된 추억을 말합니다. 밤은 길고, 새벽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권력의 빛이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그 빛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보다 더 소중한 마음의 길을 지키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