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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Sep 11. 2023

공교로운 감정

우주미아가 된 것처럼

머리가 아프다.

그건 간밤 편의점에서 먹태와 함께 까먹은 칭따오때문일 것 같다. 그게 제일 크다.

밤 11시에 나는 공교로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앞 나무 테이블 파라솔은 도로위에 지나가 차들을 충분히 구경하며 먼지바람을 쏘일 수 있는 곳.

그러나 너무 지저분 하다.

자기들이 먹은 뒷쓰레기를 그냥 두고 간 행인들이 많은 것인지 뒹구는 것들이 방치되어 있다.

편의점 직원이 나와

구석에 쭈구리고 앉는다.

담배만 피우다 들어간다.

버리는 누군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는 직원의 문제도 있는듯이 보인다.


그런 환경에서 굳이 평소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마시고자하는 것은

나는 깜깜한 우주의 미아가 된 기분이었기에.

어떤 영화에서 본 우주인이 생각난 것이다.

우주선을 수리하러 나왔다가 그만 우주복에 딸려있는 끈이 끊어져 동료가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

시커먼 우주바다를 유영하는 표류자.

발견되지 못하면 영원히 떠돌아야 하는.

위기백과 출처





오랜만에  옛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들이를 한다고 해서  날짜를 꼽고 집들이 선물을 부지런히 준비해 전전날 차에 실어  놓았는데 어제 덜컥 전화가 온 것이다.


니들 힌테 정말 미안한데~교회 행사가 있어서 다음 주에 만나면 안 될까?

난 벌써 물건을 잔뜩 사 놓았는데, 일주일동안 싣고 다녀야 하네

그럼 잠깐 와서 짐놓고 차만 마시고 가자. 다음 주에 밥먹고~


내 오랜 친구는 내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왔다. 그러마하고 오늘 2시 반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에 그 친구가 나오기로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언제나 우린 편하고 좋은 그야말로 친구.

무더운 주차장에서 30분여를 기다리다가 집에 돌아왔다. 상심했다.


또다시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게된 트라우마가 소환되며  화가 나고있었다. 폰의 묵묵부답.

혹시나 벨을 눌러볼까 생각도 했으나 교회에 다녀온다는 그녀가 아직 안왔기에 또는 운전중이기에

받지 못하는 것이라 여기고 속상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그래도 다시 갈까 싶어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는다.

집에 도착하고 잠시 후가 되어서야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회 다녀와서 깜빡 잠이들었단다. 폰은 교회모드였다.나의 간절한 전화를 알 수가 없단단다.

나는 그녀의 폰을  원망하기보다

그렇게 바쁘고 피곤한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네 선물짐 니가 와서 가져가라.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한 것인가. 바쁘다는 그녀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요일을 쪼개어 놓은 것이 억울했을까.

얼마 후 그녀는 우리집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주차장에 그녀가 보였다.검은 봉다리에 사과를 넣고 와서 내게 안긴다.


내 사과를 받아둬~~~


받아야만 한다며 나를 몇번이나 격하게 포옹한다.

그리곤 주차장 차떼기로 집들이 선물로 잔뜩 준비한 각종 화장지, 각종 세제 등을 자기 차에 옮겨갔다.


너 그렇게 바쁘게 허둥지둥 다니지 마라.


쓸쓸함이 몰려왔다.





공교롭게도 저녁에 또다른 친구가 나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만나던 친구도 함께 셋이 만났다.  그녀가 조만간 결혼할 것이라는 걸 우린 알고 있었다.


□쟤 언제 결혼한대?

●몰라, 10월이라던거 같은데~~


 다음 달 쯤일 거라 여겼다.  코로나 시기 뜸하게 지내다 오랜만에 마주했다. 셋이 만나 카페에 앉았는데 예전처럼 그녀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네 결혼이 언제니?

이번 주말요~

헉~


그녀는 아직 신혼여행 준비도 다 못했단다.

쁜데 만났구나


그녀는 지난 몇 년의 공백을 메우듯이 열심히 설명했고

나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 몽롱해졌다. 시간의 거리일까.

한때 서로 의지했던 그녀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날은 사과 한 봉지를 받고 다음 주에 다시 집들이를 가기로 다시 약속했기 때문만은 아니라

모두 자기들만의 이유가 있듯이 나도

그들의 초대에 꼭 가야할까

싶을 정도로 자릿수만 채우기엔 이제 지쳤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못가겠다. 둘 다.

그러면서 우주미아를 자처한다.

그래도 부주는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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