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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열시 Jan 20. 2022

한 잔의 커피는 카페인이 되었다.

여유로운 삶은 어디로 갔는가?


커피와 차의 공통점은 여유로움과 쉼이다. 하지만 요즘은 얼음을 가득 띄워 후다닥 마시는 게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커피는 그렇게 더 이상 여유로움이 아닌 카페인이 되어 버렸다.


오전에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갔다. 습관처럼 일을 보기 전 주변 카페를 탐색했고, 마음에 드는 카페에 문을 열고 들었다. 모든 일에는 카페인 충전이 우선이라는 것이 머리에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직업병이 무서운 것일까? 원두의 색과, 머신의 종류 그리고 주방의 위생상태를 먼저 쭉 살펴봤다. 그리고 늘 주문하던 메뉴를 직원에게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부탁드려요"

"드시고 가세요?"

"가져갑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깔끔한 맛에, 심지어 먹고 난 후의 잔향까지 좋다. 또한 갈증까지 해소를 시켜주고, 지방분해도 도움이 된다. 세상엔 이것 만한 음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커피를 들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한 10분 정도 움직였을까? 홀더에 꽂혀있던 커피는 벌써 반이나 사라져 있었다. 이것 또한 바리스타의 함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그락'


그 작고 청명한 소리가 순간 내 귀를 강타했다. 그 순간 빠르게 사라져가는 커피가 한심스러웠다. 눈에 보이는 것은 주변의 어느 공원. 나는 곧장 공원으로 들어가 차를 세운 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한숨이 크게 쉬어졌다.


"하..."


참 바쁘게도 산다. 운전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 그 짧은 순간에 4가지를 동시에 한다. 이런 일들은 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일상이라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잠깐 쉬어주는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에만 집중했던 시간이 얼마 될까?


정말 처음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힐링이라는 곳에 포인트를 맞췄다. 바쁜 일상 속에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향긋한 향과 아름다운 아트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그것을 원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을 둘러보자. 정말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맞는 것일까? 내 몸과 정신은 계속 뛰어라고 말을 하는가? 아니면 조금만 쉬자!라고 말을 하는가?


우리는 항상 바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바쁜 삶을 살아가는 게 우리다. 그렇다고 해서 바쁘게만 살아간다고 해서, 절대 잘 살 수는 없다. 음악도 쉼표가 있기에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내듯, 인생도 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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