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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현 Jan 07. 2023

고귀하고 담대한 그림자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2016)>




<문라이트(Moonlight, 2016)>


✔ 영화 정보 

문라이트 ⎮ Moonlight

개봉: 2017.2.22

감독: 배리 젠킨스

장르: 드라마

국가: 미국




난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 땐 눈물로 변해 버릴 것 같아.



날청개구리는 웅덩이 바로 위의 나뭇잎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은 곧장 웅덩이로 뛰어내린다.

올챙이가 8m를 뛰어내리는 것은 사람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10배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


태어나 뛰어내리는 올챙이들은 아무도 저 밑의 아득함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묻지 않는다.


그런 다음 살아 간다.


태어난 것은 삶을 버틸 만큼의 큰 의미인가.



달빛을 쫓아 뛰어다니는구나.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달빛 아래면 어느 피사체든 푸르다.


1900년대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가 자기부정형 동성애자였음은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진다. 그는 태어난 대로의 자기 모습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본연의 성적정체성, 그리고 나약한 신체를 창피해했다. 인정하지 않기 위해 '극기'와 '남자다움' 같은 것으로 그를 둘렀다. 우익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그는 방패회라는 무장투쟁 단체를 조직하여 천황의 숭고함을 보존할 명분으로 무력을 흠모했다. 그렇게 이념에 대한 우악스러운 과몰입 속에서, 계획적으로 할복 자살 했다.


달빛 아래 숨는 쪽이 세상과 어울리는 쪽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고귀하고 담대한 영혼은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비겁한 짓이라 여기고는, 해가 뜨길 기다린다.


해가 떠오르고 모습이 드러나면, 그 뒤로 생기는 그림자는 홀연하다. 하지만 고귀하고 담대한, 그 영혼이 서려있는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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