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더니 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안개로 가득합니다.
안개가 걷히길 바라면서도 뜨거운 태양이 그 자리를 대신할까 싶은 맘에 침침한 시야를 즐겨보기로 합니다.
오름 정상에 오르니 하늘소류, 꽃무지류, 벌류, 파리류, 나비류 등 각종 곤충들이 뒤죽박죽 섞여서는 난무를 펼칩니다.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전조증상이 바로 이런 걸까 싶을 정도네요.
난생처음 만나는 검정날개재니등에와 톱하늘소를 비롯해 범부전나비, 네발나비, 왕자팔랑나비, 톱날노린재, 풀색꽃무지, 알락하늘소,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방까지 눈이 모자랄 정도롤 곤충들이 집단 출현했습니다.
곤충들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가만히 서 있는 나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하는가 하면. 네발나비는 안개에 젖는 내 신발을 전세 내서는 몇 분 동안 빨대 입을 내린 채 날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를 폴짝거리며 날아다니는 알락하늘소 무리 중 한 녀석은 가느다란 풀 줄기에 매달린 채 긴 더듬이를 이용해 균형잡기 놀이를 즐깁니다. 참으로 아꼽습니다.
간밤의 소나기, 아침 안개, 고온, 무풍 등 어느 녀석의 마법인지 알 수 없지만 은은한 자태를 뽐내는 참나리와 벗하며 별난 곤충 체험을 해본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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