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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Sep 29. 2021

종이책과 선생님의 시간

독서교육과 선생님

선생님, 요즘 시간을 어떻게 보내세요? 

독서의 계절이 찾아오긴 했는데요. 코로나19도 함께하는 우울한 계절이기도 하죠. 이 진화 중인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제가 피하고 싶었던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 거죠.

오늘 확진자가 얼마나 되는지, 바뀐 방역수칙이 무엇인지, 등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자꾸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었죠. 그런데 바이러스 확산 소식만 보지는 않습니다. 자극적인 뉴스에 자꾸 손이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흥미로운 책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경험이 언제였는지 까마득 해질 무렵,

아차차

종이책과 멀어진 제 모습에 놀랐습니다.

'자 이제 시간이 많으니까 차분히 책을 읽어볼까' 하지만 잠깐 읽다가 어느덧 우리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가 있기 일수입니다. 점점 책에 집중이 안 되는 상황까지 오다 보니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무작정 근처 시립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눈에 가는 책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6권이나 대여했죠. 너무 많이 빌렸나 싶었는데 대여 기간을 연장해가며 간신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기간을 설정하니 몸이 따라가더군요.


요즘 종이책과 멀어진 어른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시간 통계를 살펴보았는데요. 상당히 낮은 독서율에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특히 대학생 이상의 성인 중 전혀 '책을 읽지 않는다'에 응답한 비율이 28.3%, '몇 달에 한번 읽는다'는 28.6%로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안 읽는 고학력 성인이 57%나 되는 점이 정말 뜨악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책을 멀리한다는 점입니다.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문화체육관광부] 


이 통계를 보고 문득 

'선생님들은 책을 얼마나 읽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선생님들과 독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독서량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다독하시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많은 선생님이 독서실태 통계의 고학력 독서 빈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전혀 안 읽는다 28%, 몇 달에 한번 읽는다 28%) 안타깝게도 통계에 드러난 것처럼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의 독서량은 더 처참한 수준으로 유추됩니다.(50세 이상-전혀 안 읽는다. 56%) 제 주변에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자주 책을 읽는지 살짝 물어도 쭈뼛할 뿐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참고로 30~40대 선생님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투자서적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선생님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스스로 변명을 만들어내죠. 시간이 없다고요. 선생님이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스스로 말과 행동이 맞지 않다 보니 오히려 책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걸 회피하게 됩니다. 단지 책을 읽은 권 수, 즉 독서의 양만 따질 뿐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직도 성과중심. 보여주기 식 독서교육이 성행합니다. 독서장제가 대표적인데요. 몇 권 읽으면 상장이나 인증장을 주는 제도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진정한 독서를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책의 의미를 탐색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보다 읽은 권 수를 보여주는데 급급하게 되니까요.


독서교육의 질은 교사의 독서 습관과 독서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조하기보다 교사의 독서 습관과 독서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선생님 스스로 종이책을 집어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많이 한다고 걱정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님이 많은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말을 하는 선생님과 부모 자신이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를 상담할 때마다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부모님 얼마나 책을 읽으세요?

그리고 당부합니다. 제발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아이에게 책이 의무가 되고 숙제가 되는 순간부터 책과 멀어지니까요.

독서교육이 효과를 보려면 선생님이 우선 책을 읽어야 합니다. 선생님에게서 책의 향기가 날 때 아이들은 그 향기를 내 것으로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깁니다. 선생님에게 나는 책의 향기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책을 찾아 지혜의 향기를 맡게 할 수 있습니다.

 
막연한 말이지요. 답답한 소리 같지만 그만큼 진정한 독서는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종이책을 늘 곁에 두고 책의 가치를 이야기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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