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나무 Jul 27. 2020

온라인 개학으로 알게 된 사실

학생과 교사에게 온라인 수업이란

어느덧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초 세운 학교 일정에는 오늘부터 여름방학이었습니다. 한 달 넘은 휴업을 거쳐 가까스로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준비가 안 돼있기도 했지만 수업에 대한 마음가짐이 느슨했던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큽니다.

언론에 온라인 개학 이후 학력이 저하되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이 급증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낮아진 학력 실태를 경고하기도 합니다. 기사 댓글에 학교와 교사에 대한 성토 글이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왜 이리 흥분하는지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중위권 학생 확 줄고 하위권 급증.."교사 생활 15년 만에 처음"(동아일보. 2020.7.21)

학교 현장에서 중위권이 사라지는 건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너지는 것만큼 타격이 크다. 보통 학교 수업은 중위권을 중심에 놓고 위아래를 함께 아우르는 형태로 진행된다. 중간층이 사라지면 수업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양극단으로 나뉜 교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수업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기사에서는 수능 영어 모의평가와 두 곳의 고등학교 성적분포를 예로 들면서 학력 중간층이 사라진 점을 중산층의 붕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학력이 낮아진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지만 저 역시 중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 초1∼중1은 학력진단조차 ‘깜깜’
교육계는 중고교생뿐 아니라 초등학생의 학력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초1부터 중1까지는 학생의 학력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아예 없다. 진보 교육계를 중심으로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학업성취도평가, 중간·기말고사 등 사실상 모든 평가를 없앴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마치 몇 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2 이후에는 문제점을 깨달아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는 없어진 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평가의 필요성을 스윽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려스럽지만 반박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사의 의도대로라면  예전처럼 초등학교부터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학업이 뒤쳐진 아이들에게 보충지도를 해서 학업을 끌어올리라는 말이 됩니다.

평가로 인해 심화되는 경쟁 부작용과 사교육 문제를 떠나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가 어려운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온라인 개학 이후 학생들의 학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부분 등교 개학 이후 수행평가 결과를 보면 학생의 수업 이해 정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 선생님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만, 그럼 예상을 했으니까 대안이 있을까요? 그럼 예전처럼 초등학교도 학업성취도평가를 해야 할까요?


언론과 주변 학교의 온라인 수업 소식을 접하면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와 저희 반을 되돌아 살펴봤습니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 다양한 수업 형태를 시도하고 고민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떠올랐고, 온라인 수업에서 아이들의 반응과 태도를 곱씹어보았습니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 학생과 교사에게 무엇이 변했는가를 생각한 끝에 수업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숲으로 저를 이끌게 됐습니다. 저의 역량으로 이 고민의 숲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제가 경험한 일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고민을 풀어나가볼까 합니다.

온라인 개학 이후 학생에게 수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하면서 담임을 맡고 있는 4학년 아이들의 관찰 결과를 3가지 유형의 아이로 구분 지어 봤습니다.


첫째, 학교에 안 와도 온라인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는 아이

이 아이들은 사교육을 철저히 받거나 자기 주도 학습태도를 갖춘 아이입니다. 학원에서 수업 내용을 철저히 학습하는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평가 결과가 좋습니다. 학원에 안 다니는 학생 중에 자기 주도 학습태도가 형성된 아이는 스스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해서 집중하여 수업 내용을 이해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거나 부모님에게 도움을 구해서 학습을 마칩니다. 자기 주도 학습의 핵심은 학생이 주도해서 학습을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이 학습에 필요한 사항을 주도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학생이 학습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해야지 부모 주도로 학습을 이어가면 진정한 자기 주도 학습이 아닙니다. 부모 주도로 학습을 하는 학생은 사교육을 철저히 받는 학생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어쨌든 자기 주도 학습 태도가 형성된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학습 결손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학습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시간이 생겨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극소수의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어야 내용을 잘 이해하는 아이

보통 중상위권 학생들을 말합니다. 자기 주도 학습태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학습 환경이 조성되고 학습과제가 직접적으로 부여되면 잘하는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흔히 말해 공부시키면 잘하는 아이죠. 온라인 개학 이후 이 아이들의 학습이 잘 안되다 보니 학력저하가 일어납니다. 앞의 기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은 사교육을 철저히 받을 만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이 많고, 부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지만 아이의 학습 의지와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수업에 대한 집중력과 흥미가 낮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온라인 수업 내용과 과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섬세한 피드백을 받은 아이는 오히려 학습 내용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셋째, 학교에 매일 와야만 하는 아이

학교에 매일 와야만 하는 아이는 평소 교실 수업에 흥미가 없어서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일삼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입니다 흔히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아이들이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학교와 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수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왜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까요? 수업시간에 교사의 권력이 집중돼있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은 훈계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풀어가겠습니다.

어쨌든 학교에 매일 와야만 하는 아이의 사연은 많습니다. 단순히 수업내용의 이해능력이 부족한 아이, 분노조절 장애, 집중력 장애, 정서 장애 등으로 학습 활동이 어려운 아이 ,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 한국어가 서투른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등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교실 수업으로도 효과적인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온라인 수업은 어떨까요? 온라인 수업 시간은 이 아이들에게 단순 클릭 시간입니다. 교사 입장에서 클릭이라도 해주면 고마울 정도입니다. 온라인 수업 출석 자체가 귀찮은 일입니다. 아이는 겨우겨우 클릭은 하지만 교사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교실 상황보다 더 취약합니다.

그런데 교사는 이 아이들이 모니터 화면 밖에 존재해서 그런지 온라인 수업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교실 수업에서 이 아이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학생, 학부모, 교사 중에 교사가 가장 높습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교사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준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단연코 대면 수업보다 스트레스 정도가 낮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기계적으로 하고 학교에 매일 와야만 하는 아이를 그냥 모른척하면 되니까요.


온라인 개학 이후 교사에게 수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개인적인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므로 전체 교사의 의견으로 보는 오해가 없으면 합니다. 제 경험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수업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았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권력이 교실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학교 교실에서 권력은 교사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학생의 시선은 교사에게 집중되고, 교사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은 교사의 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학생 중심 수업을 위한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있지만 교실 안에서는 근본적인 권력구조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교사에게 집중된 권력은 코로나 19로 인해 분산되고 해체되고 있습니다.

 

등교 수업 이후 동료 교사들이 한탄하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서 그런지 처음에는 조용하고 차분했는데 점점 등교 수업 날 수업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하나의 원인으로 교사의 권력 구조가 온라인 수업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과 상호작용이 많은 교사는 등교 수업에서 오히려 온라인 수업의 긍정적 시너지 덕분에 교실에서 수업을 수월하게 합니다. 이미 온라인에서 교사와 학생과의 신뢰가 쌓여 있고 교사의 학생 이해정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교사와의 상호작용(피드백)으로 교사에 대한 긍정적 기대심리가 형성돼있습니다.

코로나 19는 지금처럼 교사 중심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 수업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교사에게 수업 권력이 집중된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학생 중심 수업은 조심스럽습니다. 교사의 도움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학교에 와야 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수업은 학교에 와야 하는 아이들을 돌보고 학습을 도와주는 역할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결국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연계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학생의 수업 참여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합니다. 학업 수준이 낮은 학생에 맞는 내용을 과제로 제시하거나 수업을 수준별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때 수업 참여와 과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교실 수업에서 한번 더 피드백을 준다면 분명 학생의 학업 흥미도는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수준별로 수업을 구성하면 너무 힘들겠죠? 아닙니다. 수준별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닌 외부 수업 콘텐츠나 자체 콘텐츠로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교과 영상 자료는 참 많습니다. 요즘 너무 많아서 고르는데 고민일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 수준별로 상중하 3단계로 수업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상'수준은 현재 진도 내용으로 구성하고, '중'수준은 현재 진도보다 쉬운 수준으로 구성합니다. '하'수준은 같은 계열의 전 학년 수준의 내용으로 구성합니다. 4학년 세 자릿수 곱셈을 다룬다면 3학년 한 자릿수 또는 두 자릿수 곱셈 내용으로 구성합니다. 각 수준별 학습내용에 과제를 각각 제시하고 학생이 과제를 제출하면 피드백을 해줍니다. 이때 학생 수준의 결정은 학생 스스로 하게끔 하면 좋습니다. 상위 수준의 학생이 중위 수준을 선택해서 수월하게 해결하면 상위 수준에 도전하도록 하면 됩니다.

모든 수업을 3단계 수준별 수업으로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과목과 수업 내용에 따라 1~3단계로 구성하면 어떨까요?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은 교실 수업의 권력구조와 같은 형태의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교사 중심 수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과의 상호작용은 교실수업보다 불편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실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학생의 건강상태 및 출석 확인, 규칙적인 생활 습관, 일괄적인 정보전달, 즉각적인 피드백 등의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온라인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적용하면 어떨까요? 가령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콘텐츠 수업 내용을 안내하고 실시간 질문을 받아서 방향을 제시하면 효과적인 수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콘텐츠 중심의 수준별 수업이 결합된 형태의 온라인 수업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덧붙이면 교사의 적극적인 피드백 또한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의 필수 요소가 됩니다.


수업 과목과 내용에 따라 적절한 수업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교사의 몫입니다. 경험이 많은 교사일수록 효과적인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온라인 수업의 낯섦이 사라져야 하겠지요.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경험 많은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위한 제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