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되는 낙서

일기

by 이지배인

일기 인지 낙서 인지 모를 글이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은

뭔가를 끄적거리는 시간이다

생각의 갈피를 잡고 쓰는 글이 아닌

생각 없이 그냥 써지는 대로 써 내려가는 글

동네 한 바퀴 바람 쏘이러 나가 듯

답답한 마음을 빈 노트에 풀어내는 시간

나의 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고독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채워지지 않는 또 다른 결핍으로 힘겨워하며

낯선 시간들을 뚜벅 뚜벅 살아가고 있다


묵은 일기장을 펼치고

그 시절 살아온 회한들로 허기를 채운다

이 공허한 시간을 채운다

쉬이 배부르지 않지만 그래도

초점 없는 눈에 생기가 돌고

돌덩이 같던 심장에 찌르르 전율이 인다

그렇게 또 한 페이지의 빈 노트를 채우고

큰 숨 한번 내쉬며 살아가는 거다

감사하며 살아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