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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wall Jul 16. 2024

숨결이 바람 될 때

저자 폴 칼라니티

이 책은 폐암에 걸린 젊은 의사의 투병 기록과도 같은 짧은 일대기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 책을 구매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

사실 2-3년 전에 구매하고 책장에 꽂아뒀다가 어느 날 세탁방에 가져가서 빨래를 돌리면서 하루 만에 완독해버린 책이다.

젊은 나이의 의사가 말기 암을 진단받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지극히도 차분히 또 담담하게 써 내려갔기 때문일까. 예상외로 책 뒤편에 적혀있는 서평처럼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삶과 죽음에 관한 지독한 여운보다 생각지도 못한 다른 깨달음이 크게 다가왔었다.

나는 이 책이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는다고 할지라도 삶에 비중을 둔 책이라고 느껴졌다. 서른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수없이 목격한 죽음 가운데서도, 여타 어디서 많이 본듯한 클리셰가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의사가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기 때문이다.

의사인 그는 인간의 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의학이 아닌 문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삶을 표상한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나는 열정 갈망 사랑 등 우리가 체험하는 삶의 언어가 신경세포 소화관 심장박동의 언어와 연관되는 뭔가 복잡한 방식이 틀림없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

”모든 학문 분야란 인간의 삶을 특정 방향으로 이해하는 일련의 도구, 즉 어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나름의 고유한 도구들을 독자에게 쥐어주며 그 어휘를 사용하도록 이끈다.“


그가 영문학을 전공하고 늦은 나이 다시 신경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이다.

뇌를 떠돌던 찌꺼기들을 브로카 영역을 통해 밖으로 뱉어 글자로 정제해 써 내려가는 것.

이 과정은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단순 원초적 본능일 수 있지만 그가 얘기하는 결은 조금 달랐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의사처럼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딱 떨어지게 내놓을 순 없지만,

우리가 만든 문자와 문법이라는 법칙 안에서 읽고 쓰고,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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