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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wall Mar 05. 2024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지금껏 본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첫인상, 첫 경험 등 항상 처음이 우리의 삶에 인상 깊게 남는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 머릿속에 가장 먼저 것들은 아무래도 디자인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대학 새내기일 때 알게 된 것 들이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지금껏 본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다소 진부적인 질문일 수도 있지만 솔직한 답변으로 나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글로 표현해보려 한다


Thomas Heatherwick (토마스 헤더윅)

1970년 영국 출생 간단한 이력은 독특한 케이스로 영국 왕립 예술대학 대학원 가구디자인 전공을 했다.

현대 백화점 앞에서 많이 봤을 팽이의자를 만든 디자이너이다. 주 전공인 가구와 제품 디자인 외에 건축, 도시 계획 등 여러 분야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이다.  최근에는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는 주제로 전시를 할 정도로 디자인을 전공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디자이너다. 그는 미적 기준 혹은 기능성만을 중시하는 기존의 학문적 디자인을 쫓는 대신, 독특한 예술적 접근 방식과 디자인적 사고로 전 세계에서 많은 이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UK pavilion , Shanghai Expo, 2010

비유를 하자면 건축디자인의 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는 엑스포를 앞두고 영국은 전 세계 중 가장 돋보이는 전시관을 선보이기 위해 영국 내 설계공모 중 헤더윅의 디자인을 1위로 선정했다. 헤더윅은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영국만의 큰 특징을 생각을 했고, 식물학 공간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점을 큰 주제로 선정해 디자인했다.

놀랍게도 이 프로젝트 아이디어의 시작은 영화 <주라기공원>이었다. 영화 주라기 공원의 내용은 공룡시대의 모기가 송진에 묻혀 지금 시대까지 응고되어 있는 호박에서 공룡의 유전자를 뽑아낸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헤드윅은 주기공원의 모기는 호박이란 보석 속에 들어있어 특별하다고 바꿔 생각했고 이러한 설정에서 모티브를 얻어 씨앗을 플라스틱 속으로 넣은 독특한 형태를 가진 전시관이 만들었다.




Spun Chair , 2010

스펀체어는 금속판을 형틀과 함께 회전시켜 입체적 형태로 가공하는 금속 스피닝 공법을 응용해 만든 독특한 형태의 의자이다. 압정 모양처럼 오목하게 파인 의자는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회전한다. 등을 기댈 수 있는 형태가 섬세하면서도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어떤 이는 이 의자를 보고 의자로써 본 용도에 맞지 않다는 말을 했지만 넘어질 것 같지만 넘어가지 않는 이 의자는 휴식도 하나의 놀이처럼 움직이며 쉴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의도된듯하다. 앞서 소개한 작품 이외에도 런던버스 디자인, 인도의 고대 문화유산인 <스텝웰>에서 영감을 받은 Vessel, 싱가포르의 강의동 Learning Hub 등 여러 대표작품들이 있다.


헤더윅은 우연한 계기로 자료를 찾다 가장 처음 알게 된 디자이너이다. 그의 소개 글의 제목은 “우리 시대의 다빈치”라 불리는 ‘괴물 디자이너'라는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가 해온 작품들도 그렇지만 생각지도 못한 답을 내어놓는 발상들은 아래 인터뷰에서 더욱 느낄 수 있다.

Q. 지난 22년간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혹시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 중 욕심나는 일이 있는가?

A. 물론이다. 우리 스튜디오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나는 학교와 감옥도 꼭 짓고 싶다.


학교를 설계한다는 것은 발터 그로피우스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설계하고 인재를 양성했던 것처럼 건축가라면 한 번쯤 생각 볼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감옥을 짓고 싶다는 의외의 대답과 왜?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A. 요즘 들어 영국에서는 죄에 따른 ‘벌’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교화, 즉 교육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아마도 당신과 내가 받은 교육과 훈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감옥이야 말로 그들이 다시 세상에 나가 어울릴 수 있도록 교육받을 기회를 주는 마지막 공간이라고 본다. 그들이 출소하면 내가 탄 버스 옆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있지 않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고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고 싶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그에 대한 해결점을 고안해 내는 과정에서 감옥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오는 부정적인 편견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건축을 새롭게 정의하고 싶다는 시도가 그의 디자인정신을 확실하게 알려준 것 같다.

새내기시절, 디자인의 시각적인 미학에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 안에 건축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깊이를 알 게 해준 계기였다.






김백선

김백선 디자이너는 동양풍 디자인에 한창 빠져있을 때 알게 된 디자이너이다. 그림에도 화풍이 있듯이 디자인에도 특유의 스타일이 느껴짐을 이 디자이너를 통해 알 수 있다. 김백선 디자이너 또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헤더윅만큼이나 더 독특하다. 그는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자신의 디자인철학을 이차원 평면에서 삼차원 공간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about water

그가 자주 사용하던 먹과 벼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수전디자인이다. 세계 3대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인 부피가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하고 있는 about water라는 프로젝트의 세 번째 디자이너로 소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와 최초로 협업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먹과 벼루는 물을 담고 색을 내며 글자나 그림이 되어 사유를 전달하게 되는데 프로젝트에 맞게 물이 가진 내재된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블랙의 미니멀한 형태 속에 동양적인 철학을 잘 풀어낸 결과물임은 틀림없다.


오월 호텔

이 호텔은 김백선 디자이너의 마지막 유작이자 김용호 작가의 오월호텔 사진전이 열렸을 때 직접 가본 호텔이다. 창을 없앤 의도적으로 단절된 공간으로써 시끄럽고 혼잡한 외부와 달리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에서의 휴식을 목적으로 두고 설계되었다. 실제 같이 협업한 파트너의 말로는 보통 호텔처럼 룸을 호라고 부르지 않고 하나의 집에 초대된 것처럼 룸마다 끝에 house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사진전이 열렸던 갤러리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계획하려 했지만 그가 과감히 비워 두는 공간으로 계획하자는 의견을 내어 호텔 아래 갤러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누들 바

2009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누들바 공간이다. 그의 말대로 김백선만의 색깔이 잘 묻어난 결과물인 것 같다. 당시 세계에 한국 음식점이 생긴다는 것을 전제로 공간프로젝트를 실행했는데 김백선은 위 사진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국수가락의 동적인 움직임을 모티브로 삼아 공간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국수의 형상이 자신이 전공했던 동양화의 붓의 움직임과 같다며 단지 결과물이 그림에서 공간으로 옮겨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K-pop에 이어 흔히 볼 수 있는 k-food, k-beauty 등등 어느새 여러 분야 앞에 k-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마치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듯 나 역시 과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물음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더 깊어졌었다. 그에 반해 옆 나라 일본의 경우는 자국의 문화를 하나의 디자인 브랜드로 만들어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 [japan house]를 창립해 나아가는 등 문화적 색깔이 뚜렷하다는 것을 여러모로 많이 느꼈었다.

japan house-https://www.japanhouse.jp/en/


그중 김백선 디자이너는 우리나라 고유의 철학과 멋을 디자인하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였다. 그는 디자이너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디자이너는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변하며, 만나는 사람, 마주하는 환경과 변하는 시대에 호흡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또 그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로써의 역할은 생활과 자연, 미래와 삶 속에서 호흡하고 교감하게 해주는 것 또 과거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역할이 몫이라 여겼다.


그의 디자인관점과 철학처럼 남긴 작품들을 보면 한국 전통의 문화적 가치와 한국만이 가진 아름다운 정서와 풍류를 현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여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백선 디자이너 역시 일본 디자이너 하라겐야가 ‘무인양품’을 통해 일본의 디자인 문화를 만들었듯이, 한국도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한국적인 디자인 문화를 브랜드화하는 것을 소리 내어 말해왔었다. 그가 남기고 간 작품들과 ‘문화적 가치가 라이프 스타일로 발현돼야 한다’라는 그의 말을 마음속 한편에 깊이 새기며 한국 고유의 디자인 문화를 구축해 나가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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