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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맘 Jan 10. 2024

10 ‘넷플릭스 셀럽’ 정관스님, 손맛의 비밀은 무엇?

11살 아들과 함께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사의 1박2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너무 고된 연말을 보내 조금은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마침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매체에 템플스테이 관련 기사가 났다. 담당 에디터에게 ‘기자님이 직접 템플스테이 가신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물으니 ‘정관스님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백양사’를 꼽아주셨다. 오오,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을 보고 반했던 정관스님의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다는 얘기?  


운 좋게도 백양사 홈페이지를 통해 1월 첫 주말 템플스테이 예약에 성공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정읍에 내린 후, 다시 정읍역에서 쏘카를 렌트해 백양사로 향했다. 정읍역에서 백양사까지는 차로 약 30분 거리.


백양사 템플스테이

정관스님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 

백양사 쌍계루에서 보이는 풍경

예약 바로가기

예약 오픈 일정 매월 15일 오전에 다음 달 프로그램 오픈

비용 16만 원(1인)

기간 1박2일(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일요일 오후 3시까지)

장소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의 장독 위에 소복하게 눈이 덮혔다


정관스님이 계신 암자인 천진암은 백양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일요일 아침 눈이 내려서 눈부신 설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눈의 양도 딱 적당해 걸어 올라가는데 불편함 없이 딱 좋았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천진암에 도착했을 때 정관스님은 우리를 발견하고 강아지처럼 기뻐하시면서 온 힘을 다해 손을 흔들며 환영해주셨다. 처음 뵌 순간부터 스님이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는지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스님의 움직임과 눈빛, 존재 자체에서 사람을 향한 애정이 뿜어져 나왔다.


‘아, 우리는 사랑받고 있구나’.

마음 깊은 곳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직접 요리를 시연해 보이시는 정관스님


쿠킹클래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교육관에 들어가자 예쁜 그릇과 꽃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 전, 스님은 한 시간 가량 사찰음식의 전반적인 특징과 자신의 요리 철학을 설명해주셨다. 이후 우리는 요리 스테이션에 빙 둘러선 채로 스님이 10여 가지의 요리를 완성하시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심플하지만 깊은 맛

정관스님은 집간장, 천일염, 조청, 감식초 등 아주 단순한 재료를 즉흥적으로 믹스해서 요리를 선보이셨다. 하지만 그 모든 양념은 천진암에서 직접 만들어 몇 년 이상 묵혀 둔 것으로, 시간만이 줄 수 있는 깊은 맛이 느껴진다. 모든 재료와 양념은 자연에서 유래한 것으로만 사용하신다고 한다.


슴슴하지 않아요

사찰음식을 떠올리면 아무런 양념이 되어 있지 않은 무미에 가까운 요리가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정관스님 음식은 그렇지 않다. 천일염과 집간장으로 딱 적절한 간을 잡아내셨을 뿐 아니라 식초와 청, 고추와 참기름 등을 배합해 12살 아들과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만한 대중적인 맛을 구현하신다. 아들은 너무 맛있다며 모든 음식을 골고루 맛보고 밥 두 그릇을 싹싹 비웠다.


정관 스님의 음식 한 상. 한 앵글에 안 담긴다
채식 요리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니!


음식을 만드는 애정어린 손길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보았던 것은 식재료를 다루는 정관스님의 손길이었다. 음식을 할 때 스님은 장갑을 사용하지 않으신다. 맨손으로 요리를 해야 자신의 에너지가 음식에 스며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다. 나물을 무치는 스님의 손길은 아기 피부에 로션을 발라주는 엄마의 손길처럼 재료를 향한 애정과 고마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의 음식을 맛보면 당연히 그런 마음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그 어떤 고급 양념도 대체할 수 없는 영혼을 담은 ‘소울 푸드’는 저렇게 탄생하는 구나’, 나는 식재료를 하나의 상품으로 대해온 나의 요리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앞으로 내 요리가 조금 더 맛있어진다면 아마 정관스님에게 배운 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백양사는 봄에 더 아름답다고 한다. 봄 제철 재료를 이용한 스님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날이 따뜻해지면 백양사를 한 번 더 찾게 될 것 같다. 이번엔 남편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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