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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맘 Dec 13. 2023

8 어린이집, 정서적으로 안전한 나이는 몇 살?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아이들은 특별한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타고난 대로 잘 자란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말 중요한 생물학적 조건이 붙는다. 생애 초기 엄마와 양질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향유했다면!


UCLA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의 임상교수이자 저자, 연구자, 국제적인 강연가인 앨런 쇼어(Allan N. Schore)는 “엄마가 아닌 다른 양육자가 돌봐도 정서적으로 안전한 나이는 몇 살인가요?”하는 질문에 우뇌의 급성장이 끝나고 좌뇌가 자라기 시작하는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https://youtu.be/u_B6WekX75s?&

(1시간 38분부터)


그는 미국에서는 생후 6주 된 아기도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른 어린이집 생활 시작은 분명 심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심리학자기도 한 앨런 쇼어는 성인이 되어 심리치료를 받게 되는 주된 요인이 정서 조절력의 부재라고 말한다. 생애 초기 2년 동안 아기는 엄마를 외부적 정서 조절 베이스로 삼고 자신의 조절을 온전히 의탁하는데, 이 결정적 시기에 양질의 상호작용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일생동안 정서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는 인간이 80세를 사는 중 2년을 아이를 돌보는 일에 매진한다면 이는 일생 중 가장 잘 사용한 시간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앨런 쇼어는 필수적으로 아기는 생후 2년 동안 집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한 미국의 유명 소아과 전문의 베리 브래즐턴(Berry Brazelton)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우리 속담에도 이런 생물학적 진실은 녹아 있다.(우리 나이로 3살이 대략 만 2세다.)


그렇다면 생후 초기 2년이 아이의 발달에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인간의 진화에서 비밀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 골반 크기가 다른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아이는 뇌가 미처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태어난다. 어미의 섬세한 돌봄을 받지 않으면 온전히 기능하는 인간으로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기린은 태어나자마자 머리를 가누고 일어설 수 있지만, 인간은 앉고 서고 걷는데만 꼬박 1년이 필요하다. 명백히 아기의 생존에 불리한 조건이듯 싶지만, 인간은 미성숙한 뇌로 태어난 덕분에 그 어떤 동물보다 변화에 잘 적응하는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가지게 되었다. 덜 익어 태어난 덕분에 그 어떤 모양으로도 변형 가능하게 말랑말랑해진 것이다.


양질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이에게 무언가 엄청난 것을 해주어야 하는 것 같지만, 전혀 특별한 게 아니다. 배고프다고 울면 젖을 물리고, 기저귀가 젖으면 갈아주고, 졸리면 재워주는 등 아이의 기본적 욕구에 반응하면 된다. 작게는 가족, 넓게는 사회의 관계에 적절하게 노출되어 인간 사이의 관계 맺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것을 채득한다.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것을 함께 보고, 엄마가 관심있어 하는 것을 함께 보여주면 그 뿐이다. 초기 인류부터 계속 해왔던 인간을 인간 답게 하는 그것, 그것을 하면 된다.


그것은 저절로 되어진다. 만약 이것이 저절로 되어지지 않는다면 (나처럼)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산도를 헤치고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고, 엄마의 젖을 찾아 힘차게 빨고, 응가를 하고, 엄마 눈을 맞추며 웃는 것은 아무도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이다. 엄마 역시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내려놓는다면 어느 순간 아이의 요구에 맞춰 저절로 몸을 움직이고,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며 웃게 될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생각이 키우는 게 아니다. 엄마의 생명력, 엄마의 자연(自然)이 저절로 키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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