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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Jun 16. 2020

26) 집 구입만큼 힘들었던 리모델링

견적 받기

집 가격 조정이 다 끝나고 집 공사를 맡길 업체를 알아보았다. 


전 주인이 견적 받았다던 리모델링 회사와 또 다른 회사를 불러서 견적을 받아보았는데, 6 digit(여섯 자리)이 나올 거 같다고 했다. 


6 digit이 뭔지도 몰랐는데, 숫자가 여섯 자리, 즉 1억이 넘는다는 뜻이어서, 주인이 깎아준 50.000불에 공사를 하려던 우리로서는 깜짝 놀랄 액수였다. 


중개인의 조언에 따르면 큰 회사에 공사 전체를 맡기면 우리야 편하지만, 그 회사가 지붕, 부엌, 욕실, 페인트 등등의 관련 업체나 개인업자에게 일을 맡겨 중간에서 이익을 남겨서 비싼 거라고 했다. 


그 회사가 할 일, 즉 각각의 업자나 업체를 우리가 알아봐서 고용하는 게 힘들긴 해도 공사액을 줄이는 길이라고 해서, 이때부터 업체와 기술자들을 알아보았다. 


각각의 업체를 집으로 불러 공사 내용, 비용, 공사기간 등을 상의하는 데 용어도 낯설고, 과정이 복잡했다.


또한 공사 날짜가 겹치지 않게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도 결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을 하고, 바닥이 되고 나서 부엌가구가 들어가야 하고, 공사 업자들이 훼손시킬 수 있으니 집 앞 계단은 공사가 끝난 맨 나중에 한다 등의 순서를 정해야 했다. 


지붕 

지붕은 적어도 20년에 한 번은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집 지붕은 한 번도 손대지 않아서 이끼가 끼고, 비가 샌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의 상태였다.


Steel(철)로 하면 반영구적이나 3배에서 5배 더 비싸다고 해서 많이 선호되는 아스팔트 슁글이라는 재료로 바꿨고 7천 불 정도 들었다. 


데크 공사하던 목수의 소개로 이 분을 알게 되었고, 제일 먼저 공사가 끝난 부분이다.


페인트와 바닥 

남편의 친구인 핸디맨(handy man, 여러 가지 수리 기술을 가진 사람)이 각 층의 카펫과 몰딩을 제거후, 페인트, 새 몰딩 부착, 바닥공사와 화장실까지 했다.


공사를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나중에 이 집을 팔 때의 가치를 위해서 손님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2층은 원목 마루나 타일로 하라고 권유했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아 발이 추운데, 타일은 더 차가워서 싫었고, 멋있어 보이긴 하나 비싼 것도 흠이었다.


원목도 비싸서 최대한 원목처럼 보이는 색과 디자인인 래미네이트라는 플라스틱 재질로 보이는 걸로 결정했다.


마침 내가 고른 게 세일 중이어서 비용을 많이 절감했다.


우리가 직접 재료상에 가서 고르고, 후보 sample들을 가게에서 대여받아 와서 작업자와 상의하에 결정했다.


집 안 계단 

우리의 속을 제일 많이 썩인 부분이다. 


견적 받은 업체들 중 가격이 제일 저렴해서 선택했는데, 일도 제대로 끝내지도 않고 계속 공사대금을 요구했다. 


한 번은 일하다 다쳐서 가고, 한 번은 휴가 갔다며 한참 오지 않고, 9월 이사 후까지 끝나지 않아서 거실이 먼지로 자욱하고, 혹시 대금을 다 주면 끝내주려나 싶어서 줬는데,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미완성 계단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두 번째 기술자를 찾아 마무리와 보수를 요구했다. 


견적 받으러 온 날 "나는 내 아들과 가다 고객들을  만났을 때 창피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정도로 일을 잘 한다"라고 해서 믿음이 갔다


그런데 분명히 새 나무계단으로 작업했다고 했는데, 몇 달은 사용된 듯한 자잘한 스크래치가 있는 계단이 새것들 사이에 섞여있고, 손잡이 부분이 이상이 생겨서 보수를 해주기로 한 날, 예상대로 오지 않았다.             

2층에서 3층 사이의 계단, 전체 바닥과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으로 골랐다.


욕실

중개인은 리모델링할 때 욕실과 주방에  돈을 제일 많이 쓰라고 했다. 


혹시라도 집을 판다면, 보통 구매자가 제일 눈여겨보는 곳이 이 두 곳이라며, 신경 써서 공사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안방 욕실의 오래된 Jacuzzi(거품욕 기능이 있는 큰 욕조)가 너무 커서 반절로 잘라서 철거해야 하는데, 남편 친구인 핸디맨이 못한다고 해서 첫 번째 계단 공사한 업체에서 했다. 


안방 변기만 이 업체에서 같이 바꿨는데,  뚜껑이 천천히 내려오는 걸로 주문했는데, 그냥 쾅 내려오는 싼 걸로 해놨길래 지적했더니, "임시로 한 거야" 하면서 나중에 바꿔줬다.


나머지 두 개의 화장실과 한 개의 욕실은 그 핸디맨이 했는데, 욕조 상태가 나쁘지 않으니 돈 들이지 말고 계속 쓰라고 우리를 설득했다. 


물 빠지는 구멍이 너무 낡아서 이 부분만 교체하고 타일과 욕조를 깨끗이 청소하고 나니 쓸만했다.


사진에 보이는 타일도 이 핸디맨이 가지고 있던 타일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변기와, 수도꼭지, 세면대 등은 Kent, Home Depot, Costco를 비교해서 구입했다. 

안방 욕실, 일반 욕조보다 크고 청소하기 힘들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부엌 

모든 공사 중에서 데크 공사한 목수와 함께 제일 만족도가 높았던 팀이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내가 귀찮아할 정도로 질문을 해왔고, 약속한 날짜에 정확하게 공사가 끝났다. 


첫날은 집에서 만나서 부엌의 크기를 재고 원하는 문의 디자인, 서랍의 개수, 전체 구조 등을 결정했다. 


냉장고 사이즈가 결정되어야 해서 코스트코에서 살 모델의 사이즈를 알려주었다. 


손 설거지를 원해서 식기세척기는 넣지 않고, 대신 그 크기만큼의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혹시라도 팔 경우 다음 주인이 그 자리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부인이 디자인하고 남편이 가구를 제작했는데, 나의 대충대충은 이분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일단 바닥의 재질과 색이 싱크대 상판과 어울리는지를 봐야 해서, 우리가 할 바닥 샘플을 빌려와서 싱크대 상판 파는 곳에 가서 어울리는 것으로 골랐다.


상판이 결정되었으니 이것과 어울리는  상 부장, 하 부장의 색을 골라야 한다. 


위는 따뜻해 보이는 흰색, 아래는 탁한 파란색 계열을 원했는데, 너무 비슷비슷한 색들 속에서 색맹이 된 느낌이었다.


다행히 색을 잘 구별하는 둘째 딸과 디자인하는 부인의 도움으로 바닥, 상판과 어울리면서, 상, 하 부장의 조화를 이룰 색을 골랐다. 


설거지를 하는 부분인 싱크볼은  또 다른 가게에서, 수도꼭지, 후드는 코스트코에서 주문했다. 


문 손잡이를 파는 가게에 가서 싱크대 문색과  어울릴만한 것으로 주문하고, 이 분이 도매가로 살 수 있게 도와주었다.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 화장실 세면대 장도 같은 디자인, 같은 색으로 이분들에게 부탁했다. 


우리의 실수는 식기세척기와 pantry(식료품 저장 공간)를 생략한 것이다.


손님이라도 치르고 나면, 크지 않은 싱크볼에서 설거지가 힘들었다.


비용을 줄여보자고 pantry도 하지 않았는데, 살다 보니 필요해서 2년 후 추가 제작했다. 


나무도 좋은 걸로 썼고 싱크대와 화장실 세면대 장 4개 해서 총비용은 만 불 정도 들었다.


우리 기준에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캐나다인 친구들이 이 정도의 제품에 그 가격이면 잘 한 거라고 했다. 

투톤으로 한 싱크대, 오른쪽의 pantry는 2년 후에 추가 제작했다.


Deck(뒷마당의 베란다 같은 공간)와 porch(현관)

핼리팩스에서 공부한 한국인 목수를 소개받아 데크와 현관 계단을 맡겼다. 


디자인은 남편이 했고, 데크는 비교적 공사 초기에, 현관은 모든 공사가 끝나고 진행했다. 


옆집으로부터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양쪽은 높게, 앞쪽은 낮게 제작했고 성실하게 기한 내에 끝내 줘서 너무 만족했다. 

집 뒤뜰에 있는 데크


현관문 

핸디맨도 목수도 이것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Kent와 Home Depot의 담당자가 집으로 방문하여 견적을 내고, 물건 주문 후 몇 주 기다려서 공사를 진행했다. 


조명 

Dining room 과 계단 위 조명은 Home depot에서, 나머지는 가격이 제일 합리적인 코스트에서 구입했다.


모든 조명은 LED로 바꿨다.


시공은 남편과 핸디맨이 하고, 스위치 위치 변경 등의  꼭 필요한 전기공사는 전기 기술자를 불러서 했다. 

Dining room 조명이 무거워서 두 명이 같이 작업했다. 원목 같아 보이는 래미네이트 바닥.  가구들은 kijiji에서 구입한 중고상품


방문 

문은 흰색으로 칠해주고, 문 손잡이는 검은색으로  구입하여 교체했다.


촌스러운 금색 경첩도 검은색으로 바꿀 계획이어서, 문 페인트 칠하다가 흰색이 묻어도 무시했다가, 다른 공사로 이미 지쳐서 페인트 묻은 그대로 살고 있다.


그밖에

태양열 난방을 설치하고 싶어서 견적을 받았는데, 유지비 부담이 컸고, 모든 전기와 난방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포기했다. 


난방을 위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부분과, 환기장치에 먼지와 고양이 털이 많아서, 특별히 먼지 제거 청소를 의뢰했다.


온돌문화가 그리워서 안방 바닥만이라도 열선을 바닥에 까는 공사를 해보려고 했으니 이것 역시 몇 천 불을 부르는 통해 그냥 전기장판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스위치를 터치식으로 바꾸려고 했으나 이것도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 패스!


총비용은

6만 불 정도 들었고, 시간은 일부 업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3개월 정도 걸렸다. 


한국에 비하면 비싸고, 긴 시간이지만, 캐나다에선 그나마 잘 한 공사지 싶다.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싱크대 교체 공사만 몇 달씩, 데크 하나 바꾸는 데 두 달 걸렸다고 한다.


공사를 한 사람들과 협상하고 특히 신경전을 벌일 때마다 공사비 받고 집 싸게 산 게 후회도 되었다.


정말 많은 가게들을 가서 가격, 디자인 비교하고, 인터넷 뒤지고, 여러 사람들 만나서 생소한 단어들 사전 찾아가며 협상해나갔다.


어차피 돈은 들어간다. 


문제는 기한 내에 원하는 상태의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데, 일부 캐나다 기술자들이 시간과 재료로 잔꾀를 부려서 실망했고, 손해를 보았다.


점점 한국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런저런 한국 기술자분들도 들어오셔서, 지금이라도 언어의 제약 없이, 성실한 서비스를 받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사를 또 가야 한다면, 새 집이나 조금 더 주더라도 최근에 리모델링이 된 집을 사서 이런 수고로움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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