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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요새 May 14. 2020

혼자 여행하는 게 대수인가요?

네,대수입니다.

대수 : 1. 대단한 것 / 2. 최상의 일. / 3. 자주 하는 일. 또는 주로 하는 일.

 나는 혼자 여행 하는 것을 즐긴다. 찐따같은 성격과 귀찮음으로 국내 여행은 못하지만, 외국만 나가면 대범해지는 성격과 부지런함으로 해외 여행을 주로 한다. 남들은 혼자 가더라도 여행카페에서 동행을 구하거나, 현지에서 친구를 사귄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면 첫 만남에서 절대적으로 친해질 수 없으며 어색한 관계 때문에 여행 중 스트레스를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대범해진다고 하는 것은 국내에선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여러 액티비티와 체험들을 해본다는 뜻이지, 인간관계에서까지 대범해진단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나도 가끔은 상상한다.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해서 현지인들과 친해져 밤새 수다를 떤다든가 옆 테이블 한국인들과 친해져 다음 날 일정을 같이 소화하는든가 하는 상상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마음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데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리가. 현지인들과 얘기라도 하려하면 꾹 닫히는 입술과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혼자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에 누가 다가올 수 있을까? 이런 나를 너무 잘 알기에 진정한 혼자 여행을 즐기기로 결심한다.



 즐거운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가득한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프라이빗하고 조용한 호텔 객실을 선호한다. 물론 혼자 여행함에 있어 숙박비 비중이 천정부지로 치솟긴 하지만, 잠과 휴식이 충분치 않으면 그 여행을 전부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투자하기로 한다. 이왕 혼자 온 김에 오롯이 혼자인 순간을 더 즐겨야 하지 않겠어? 음식점에서 메뉴를 시킬 때에도 기본 두 메뉴 이상, 많으면 사이드 포함 네 개까지도 주문한다. 물론 혼자 다 먹을 순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현지음식을 맛보지 않는 건 직무유기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다다익선을 실천할 때이다.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혼자 다니면 심심하지 않아?”와 “안 외로워?”이다. 여행의 즐거움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건 조금 아쉬운 일이지만, 혼자 다닌다고 해서 심심하지는 않다. 자고로 여행이란, 견문을 넓히든 휴식을 취하든 일상의 무료함을 탈피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을 피해 여행을 떠나 왔는데, 심심하다고? 가당치나 않은 일이다. 푹신한 호텔 침구에 누워 뒹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 것을. 재미없던 운동도 호텔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은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펌핑이 더 잘 되는 느낌이랄까?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멋진 풍경을 봐도 공유할 사람이 없어 아쉽다는 것은 무척이나 공감한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말을 안 해서 입에서 단 내가 날 정도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SNS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현대에 살고 있으므로, 그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멋지게 저무는 저녁 노을을 타임랩스로 찍어 스토리로 공유한다든가, 여러 음식 사진을 찍고 미식가에 빙의해 맛을 평가하고 있노라면 불특정 다수의 팔로워가 나의 여행 공유 상대가 되는 것만 같다. 좋아요와 댓글 수가 늘어갈 때마다 더 알찬 여행이 되어간다. 비록 사진 밖의 나는 테라스에서 밥을 먹다가 매연 때문에 콜록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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