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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zy Sep 18. 2024

짜증과 화에서 벗어나기

ADHD 투약일기 #7

약을 복용한지 딱 두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오한이 있었는데 이제 컨디션이 안 좋은 날만 증상이 나오는 듯.

같은 시간에 복용하여 일정한 수치를 유지시켜주는게 좋다고 어디서 봐서

되도록 아침 같은 시간에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그러고보니 살아오면서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무언가 꾸준히 하는 일 자체가 별로 없었던거 같기는 하다. 

약도 잘먹고 영양제도 잘 먹으면서 매일을 보낸다. 


8월 중순부터는 루틴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todo mate 어플을 깔아서 사소하지만 해야할 일들, 약먹기, 설겆이, 청소하기 등등을 실천하고있다. 그리고 매일 한개씩 버리기도.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리고 안 한 날도 있고 했는데 체크 못한 날도 있긴 하지만 나름 노력중이다. 


약을 복용해서 가장 좋은 점은 화장실을 덜 간다는거다. 

예전에는 아무리 못가도 2시간에 한번씩은 가야 할거같았는데, 화장실을 덜 가는 것만드로도 뭔가 시간을 충분히 썼다는 느낌은 든다. 


화가나기는 하지만 적당히 넘어가게 되기도 한다. 

요즘에 진짜 바쁘고 이해가 안되서 열받는 일이 많은데 분노의 수치가 많이 낮아졌다. 

물론 화가 안나는건 아니다. 차라리 화가 안나면 좋겠지만.

그건 내 현명함의 문제인거같기도 하고 ㅎㅎ

여튼 그렇게 매일을 넘기고 있다. 


메니큐어를 발라보고싶어졌다. 예전에 손에 무언가 바르면 갑갑한 생각이 들어서 불편했는데 그것도 ADHD의 증상이라고 어디서 본거 같다. 손톱의 갑갑함, 마스카라의 무거움이 느껴져서 계속 비비고 지우고 했던 거 같다. 시험삼아서 네일아트를 하러갈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복용일기를 써보자고 카테고리를 만들기는 했는데, 사실 매일이 비슷하게 반복되다보니까 따로 할말이 없기는 했다. 그래서 뜸-해졌지만 용두사미가 되기는 싫어서 이 복용일기 쓰는게 마음 한구석에 걸려있었다. 


 2주에 한 번씩 가서 14일치 약을 받아오는데, 원장선생님도 자주 보니까 별로 할말이없다. ㅋ

사실 난 좀 힘들다고 말하고싶은데 선생님이 그럴수 있죠-라고 말하니까 딱히 더 말할 것도 없는거같기는 하다. 내가 원하는건 뭘까?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날 괴롭혔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진단서를 날려주는걸까? 아님 내가 맞다고 인정받기를 원하는걸까. 그럴 수 있지 그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고 넘기는데  왜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세상사람들이 어떻게 나랑 같겠나. 근데 난 자꾸 내가 그런거 아니라고, 모든 걸 그녀탓을 하고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마음들은 약 먹는다고 괜찮아지는거 같진 않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이 와중에 동시에 해야할 일들이 겹치니까 좀 멘붕이오기는했다. 


천천히 하나씩 버려야지 했는데 집에 문제는 점점 커지고 아이도 크니까 이사를 가고싶고, 마음이 드는 집이 나왔고, 그럼에도 돈이 부족하고, 이사를 가려면 집을 우고 짐을 버려야하고, 그래야 지금 살고있는 집을 내보일수있고, 그럼 집에서 청소를 해야하고, 논문도 써야하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안그래도 스트레스인 회사 그만다니까 싶다가도 회사를 다녀야 돈을 벌수있고. 


어디서 어떤 고리를 끊어야하나 ㅎㅎㅎ

그런 생각이 들어서 며칠 잠을 못잤다. 


편안하게 살고싶다. 안정감있게. 


그냥 다 이러고 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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