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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Sep 16. 2020

브런치를 열다.

하루를 더해 나가는, 나의 기록을 위해.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아침이네요."
첫 시작을 위한 안내말에 이런 말이 있길래, 바로 커피를 내렸다.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한건 올 2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부터였다.


 매달 한편, a4 한 바닥을 목표로 했던 글쓰기 모임은 어느덧 시원한 바람을 만나는 9월까지 왔다. 작지만 그 작은 글들이 7편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이번 달은 오래간만에 원년멤버끼리만 글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오랜만에 우리가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미술작업을 시작한 후 어느 순간부터 작업노트를 쓰는 데에 굉장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뭔가 거창한 담론, 큰 가치를 가진 글을 써내려야 하고 문장 구조도 좋고 읽기도 좋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하며 글을 써오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작업노트를 쓰라고 하면 더 할 말도 없고, 그 시간이 괴롭고 글을 몇 번이나 고쳐도 제대로 써 내려갈 수 없었다. 작업노트라는 것이 분량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이 작업을 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인데 그게 이토록이나 힘들다니. 


 분명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많은 힘을 얻으며 글을 쓰던 나였는데,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아졌었던 걸까. 한참을 고민해보았는데 결국 결론은 내가 너무나도 타인의 시선에 매몰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은 나에게 성장통이었지만 지난 1년여간 겪었던 심한 우울감 속에서 나는 내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얼마 전 했던 인터뷰에서야 나는 내가 그랬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브런치에 이 인터뷰 전문도 쑥스럽지만 기록을 위해 업로드할 것이다. 정말 고마운 인터뷰였다. 내가 더 살아가고 싶은 삶을 분명히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항상 말을 쓸 때 확정하지 않는 말을 써왔는데,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많이 느끼게 된다. 아무튼, 나는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전보다 솔직한 내 글이 더 나에게 맞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꾸미고 말을 살피고 어려운 것보단 그저 그 순간의 감정들을 기록하는 것이 내 작업노트였다. 글쓰기 모임의 5회 차 무렵부터 더는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았고 많이 편해졌다. 물론 다른 이들이 보기엔 부족한 글이겠지만 나 스스로는 그 글들을 쓰면서 너무도 좋았다. 


 올해는 내 속의 많은 것들을 치유하고 성장해나가는 해이다. 이전보다 실패의 경험에 좀 더 담담해졌고, 심각하게 낙담하거나 매몰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부정적인 것에 늘 매몰되어있던 지난 시간들. 항상 나를 자책하기 바빴던 시간들이었다. 좀 더 나 자신을 챙기고 나와 함께하는 우리 두 녀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는 삶을 위해서, 브런치를 펴낸다.

 사실은 글쓰기 모임에서 나의 작은 목표를 정해 오기로 하는 순간 브런치가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글을 솔직하게 써내는 매체이니 좋을 것 같았다. 원래는 지난 에세이를 업로드하고 수정해 기록하는 용도로 쓰기로 결심했는데, 많은 것들을 짧더라도 기록 해나 가봐야겠다. 원래는 이렇게 길게 시작 글을 쓰려던 게 아닌데 굉장히 비장해졌다. 마지막은 사랑하는 우리 두 녀석들의 사진으로 마무리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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