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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Sep 17. 2020

코로나, 지금

바로 지금의 코로나 19 상황에서,

 우리 곁에서 멀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계속 옆에 있었는데 몰랐어? 하고 코로나가 놀리는 기분이다. 코로나 바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코비디엇은 COVID-19(코로나 19)과 Idiot(바보·멍청이)의 합성어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나 몰라라 하는 바보들을 일컫는 말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거리두기 말고도, 이 유행의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사라질 거라는 나의 단단한 착각에 대해서도 바보라고 말했던 게 아닐까? 처음 대유행이 시작할 때는 코로나가 메르스, 사스 때처럼 금방 우리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큰 착각이었고 이제 우리에겐 코로나 19 이전은 없는 시대가 왔다.



 다시 돌아온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바뀐 일상에 대한 적응력은 생각보다 상당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하던 일 중 대면 수업은 반 정도 중단되었고, 대면회의로 진행되던 일들이 비대면 진행을 시작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수업은 코로나로 인해 등원하지 않는 몇몇의 아이들을 제외하곤 마스크를 낀 채 여전히 수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이들에겐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친구는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점점 비대면이 편해지고 있다. 되도록이면 집 밖을 나서지 말라곤 했지만 업무적 만남 외엔 불필요한 만남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달라니, 점점 패턴은 단순해져 집-일-작업실-집 정도의 루틴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래도 되도록은 더 집에 있기 위해, 작업실에 두었던 데스크톱 PC를 집으로 옮겼고, 집의 비좁은 책상 주변은 작지만 새로운 일터가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은 있었으니 하루에 한 끼 이상은 밖에서 하던 식사를 되도록 집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배달을 시키거나, 포장을 해오거나 집에서 뭔가를 해 먹는 일상이 늘어갔다. 늘어만 가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양에 놀라고, 거기다가 그럼에도 늘어나는 설거지 양에 항상 놀라고, 이제는 정말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식사 시간이 되돌아온다.

 이 와중에 부산엔 2번의 태풍이 지나갔는데 피해가 상당했고, 복구되지 않은 곳들을 오고 가며 빈번하게 마주쳤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많이 늦었지만 기후위기와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잘못들을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최근에 알게 된 분을 통해 생수를 마시기만 해도 일주일 동안 내가 먹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카드 한 장이 된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고, 급히 생수 사 먹는 일을 자취 4년 차 만에 멈추었다. 대체제로 브리타 정수기를 선택해 수돗물을 정수해먹었지만, 수돗물에 대한 수많은 이슈들 때문에 정수했다지만 너무도 간단한 작동원리의 브리타로 정수된 물이 쉽게 들이켜지지 않았고, 급속도로 줄어드는 물 마시는 양에 몇 년간 로망으로만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게을러서 하지 않았던 보리차 끓여 마시기를 실행했다. 기후위기의 공포는 너무나도 급속도로 밀려들어왔다. 어느 순간 하루에 한 끼는 고기를 먹는 나, 매일 일회용 커피 잔에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는 나, 그리고 소비 요정(.. 요정일까)인 나는 지구를 정말 열심히도 파괴하고 있었다. 태풍이 치던 날 밤, 나는 기후위기로 인해 흔들리고 무너져가는 집에서 우리 고양이들과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찾아온 코로나 대유행은, 지구가 인간들에게 하는 마지막 경고였음을 이제야 알게 된 거다. 지난 2월 맞았던 코로나 유행에서, 8월이 지난 9월의 지금, 코로나는 전염병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고, 다시 짚어나가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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