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코로나 시대가 가져오는 새로운 세계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2020년 한 해 전 세계를 뒤집어 놓은 COVID-19 코로나 사태는 8월 현재까지 이미 전 세계 경제에 대략 $90조 USD 달러라는 천문학 적인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2분기 GDP는 33% (!)라는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중국 또한 경제개혁 이후 사상 처음으로 GDP가 감소하였다. 수많은 경제분석가들은 COVID-19의 경제 충격을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고치 (혹은 어쩌면 세계 2차 대전을 포함한 역대 최대치)로 분석할 정도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는 수많은 업계들의 생태계를 뒤집고 있다. 남미 최대 규모의 항공사 LATAM 항공을 포함한 많은 관광산업의 거물들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되었고, 근 20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고급 백화점 로드 앤 테일러 및 미국의 최대 규모의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 또한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 셰일 가스 혁명의 대표자인 체사피크 에너지마저도 파산보호에 들어갔다. 이러한 파상은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3월 이후 미국의 10만 개 이상의 자영업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추정되고, 미국의 실업률은 7월 기록상 10.2% 로,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라는 큰 혜성이 지구의 모든 산업에 충동하면서 작고 큰 모든 사업들을 가리지 않고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코로나 사태는 마치 수만 년 전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여 공룡들을 멸종시키고 생태계에 새로운 질서를 불러온 것처럼, 여러 산업에 혜성처럼 충돌하여 새로운 질서를 불러오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를 오직 경제적인 기회로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면적이고, 비인격적이다.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수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무시무시한 현존하는 재앙이다. 독자들 주변에도 코로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나, 아니면 간접적으로나 받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재앙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에서만 현제까지 16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이 숫자는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재앙 속에 경제적인 기회를 잡으라는 취지로 쓰인 게 아니다. 다만, 과거에 많은 재앙들처럼, 이러한 재앙이 지나간 후 최대한 빨리 경제를 재건축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썼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매정하게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인위적인 기준치로 업계의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가르게 하였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거나, 사람들의 이동을 요구하는 기업들은, 원격으로 대체가 가능한 대체 상품을 제공하는 업자들에게 무자비하게 시장을 내어주어야 됐다.
위에 보이는 주식 성장 도표에서는, 마치 미국 대형 영화관 AMC가 잃어버린 영화 관람 시장을 넷플릭스가 대체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주식 성장률은 시장점유율을 정확히 나타내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이 예측하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얼핏 보면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지만, 사실 이러한 추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매우 큰 혁명을 나타낸다. 영화라는 매체가 탄생된 후, 처음으로 소비자들은 큰 영화관에서 여러 사람들과 영화를 관람하기보다는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작은 화면에서 영화를 시청하기를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영화관에서 먼저 상영된 영화를 재방송해주는 역할로 인식된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이상 이인자가 아니라 먼저 영화를 상영하는 매체로 우뚝 서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물론 업계 전체에 파장을 입히게 된다. 영화관의 큰 화면에서 즐기도록 제작된 고 예산의 블럭버스터 액션 영화들이 더 이상 상업적인 값어치를 가지지 못하게 되고, 이를 생산하던 공룡급 대규모 스튜디오들은 넷플릭스식 저예산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소규모 스튜디오들에게 밀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다른 많은 업계들에서도 나타난다.
위의 주식 성장도표는, 세계 2위 규모의 쇼핑몰 체인 유니베일-로담코-웨스트필드 그룹이 내어준 시장을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흡수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은 복잡한 쇼핑몰 대신 집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J.Crew, Madewell, Aldo, Neiman Marcus, GNC, Sul La Table, 등 서구 쇼핑몰들의 상징 브랜드들이 줄줄이 파산신청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아마존이나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하여 판매를 하는 온라인 사업자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쇼핑몰 상점들이 남긴 빈 구멍을 채워줄 듯하다.
이렇게 오프라인 쇼핑몰의 빈자리는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대체하게 되었고, 심지어 아마존은 문들 닫은 쇼핑몰들을 사들여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사업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도 온라인 쇼핑이 주류화가 되는 전환점이 되었고, 유통의 상징이었던 쇼핑몰들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출 운명에 놓였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미디어의 인지도는 올라가고 있었고, 전 세계의 쇼핑몰들은 하향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소비자들의 심리에서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매체였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이차적인 미디어라고 간주되고 있었다. 코로나는 스트리밍 서비스 도입에 촉매 효과를 (catalyst) 일으켜, 스트리밍 서비스를 미국 전 국민의 심리 속에 주류 미디어로 자리 잡게 하는 상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미묘한 차이이지만, 이러한 의미를 한국의 산업에 가상적이고 은유적으로 비유하자면, 코로나는 마치 한국의 케이블 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추월하여, 이제 지상파가 더 이상 주류 미디어로 인지되지 않는 변곡점이 된 것과 비슷한 의미이다.
쇼핑몰의 경우에도 비슷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에 온라인 쇼핑은,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도 2차적인 쇼핑 매개체로 여겨졌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 쇼핑이 2차적인 소매의 패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필자는 코로나 사태가 4차 산업 사업들의 도입을 저항하던 보수적인 산업이 정보통신을 도입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4차 산업의 도입을 촉진하는 변곡점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인류에게 안겨준 또 하나의 새로운 전환점이 있다면, 바로 인류가 인터넷 우선 사회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20세기 말부터 인터넷과 IT는 꾸준히 사회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 왔지만, 기존 오프라인 모델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산업들에게는 고작 2차적인 용도로만 쓰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이러한 보수적인 산업들에게조차 인터넷은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인터넷은 더 이상 기존 산업에 업무량을 향상해주는 정보통신 기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 사회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음식 배달은 매우 소수의 소비자에 국한되어 있던 서비스이었다. 또한 요식업 산업의 종사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부류였고, 업무에 정보통신 기술을 그다지 도입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에 많은 식당들은 배달앱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고, 또한 인터넷에 메뉴나 홈페이지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시정부 들이 배달 음식 외에 다른 방식의 레스토랑 서비스를 금지하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식당들은 생존을 위해 너도나도 배달앱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순식간에 미국의 요식업은 정보처리가 가능한 전산화된 산업이 되었다.
요식업 의외에도 물론 다른 많은 예는 존재한다.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는 굳이 편리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던 인터넷 뱅킹이 이제 뱅킹의 유일한 수단으로 남게 되었다. 따라서, 미국 전 지역 곳곳에 작은 지점을 만들어 고객들을 서비스하던 은행들이 이러한 지점들을 닫고, 상담원들을 원격화 시킨다. 이러한 변화에, 은행의 은행원들 뿐만 아니라 고객들 조차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융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 매우 크고 근본적인 전화점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도 정보통신화를 거부하던 많은 인구가 있었고, 따라서 인터넷은 항상 부차적인 역할로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보통신이 없으면 금융도, 식사도 불가능해졌다. 우연히 코로나 사태가 미국 사회를 진정한 연결된 사회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이제 정보통신이 없으면 금융도, 식사도 불가능해졌다. 우연히 코로나 사태가 미국 사회를 진정한 연결된 사회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코로나 사태라는 재앙이 지나간 후, 수많은 산업들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손세정제, 마스크, 또는 휴지 같은 제품들은 다시 기존 수준의 요구대로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남긴 생태계의 변화에서는 새로운 기회도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생태계의 새로운 승자가, 또한 새로운 파생업계가 나타나는 건 불가피하다. 아래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앞서 본 사례와 같이, 미국의 소비자 들은 더 이상 쇼핑몰에 직접 방문해 물건을 만져보고 구입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따라서 순식간에 많은 오프라인 업자들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되었고, 이 빈자리는 온라인으로 효율적으로 유통을 하는 업자들에게 넘어온 듯하다. 예를 들어 화장품 업계를 보자면, 오프라인 소매를 잡고 있던 Sephora, Nordstrom, 또는 Ulta beauty 같은 매점들이 문을 닫음으로써, 소비자는 이에 대체하여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소개받고, 구매하게 되었다. 소비자 자신의 스타일과 패션에 맞는 화장품을 소개받는 데는 많은 연구와 조언이 필요함으로, 자연스럽게 이러한 빈자리는 SNS 인플루언서가 메우게 될듯하다.
결과적으로 메이크업 업계 유통의 미래는 인플루언서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될 듯하다. 이러한 새로운 화장품 유통 생태계에는 Sephora의 거대한 유통량을 맞추지 못했던 소규모 니치 (niche) 브랜드들이 재조명받게 될 듯하고, 업계에 많은 다양성이 기대될 듯하다. 이러한 변화는 케이뷰티 (k-beauty, 한국 브랜드 화장품들을 뜻한다) 에게도 기회가 될 듯하다. 인플루언서를 통하여 케이뷰티 같은 사업을 해외에 유통시키는 좋은 기회가 된 듯싶다.
유통 생태계의 변화는 물론, 관련 파장 업체들에게도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앞서 언급된 AMC와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많은 영화사들이 기존 할리우드의 모델처럼 많은 자본금으로 적은 수의 빅 스크린 영화 (big screen, 영화관의 스크린의 경험에 맞추어 제작된 영화) 보다는 줄거리와 내용에 충실한 스트리밍 방식의 드라마의 제작에 더 중점을 둘 듯하다. 이렇게 되면, 높은 고난도에 높은 기술 인력의 수작업을 요구하는 CG (Computer Graphics) 효과 업체들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쉽고 많은 장면에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AI (인공지능) 효과 업체들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정보통신화에 저항하던 보수적인 산업들까지 사업의 모든 각도에서 정보통신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인터넷은 실질적으로 모든 산업의 모든 방면에서 일차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렇게, 새로이 정보화된 보수 산업들에서 새로운 4차 산업의 기회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자동차 거래는 전통적으로 딜러쉽이라는 소매 업종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였다. 1898년부터 자동차 매매의 매체가 된 이러한 딜러쉽들은 인터넷의 대중화 후에도 자동차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수많은 딜러쉽 사이에서 가격상 완전경쟁에 도달하지 않도록 하였다.
하지만 코비드 사태 이후, 딜러쉽 들은 온라인 우선 모델의 유통을 도입하여야 했고, 그러므로 순식간에 미국의 자동차 시세는 전산화가 되었다. 이제 미국에 자동차의 시세와 물품의 위치들을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자동차 구매를 손쉽게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고, 또한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더 정확히 자동차의 시세를 정할 수 있는 머신러닝의 데이터 또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자동차 유통 업계뿐만 아니라, 찾아보면 주변에 많은 업계들이 코로나를 통해서 처음으로 정보통신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