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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09. 2022

Wiliam Bolcom - Graceful Ghost

윌리엄 볼콤의 우아한 망령: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하며

설사 모르는 타인일지라도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난 실감과 부정과 체념의 굴레를 반복하며 애도의 패턴을 거치는 편이다. 또한 내게 있어 애도는 음악을 통하여 견뎌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은 나의 감정이 반영된 음악을 듣기 마련이니까. 그런 내가 추모의 마음으로 듣는 음악 중 하나에, 윌리엄 볼콤 Wiliam Bolcom의 우아한 망령*Graceful Ghost이 있다.


본 곡은 특별히 작곡가의 죽은 아버지를 위한 곡이다. 1938년 미국에서 태어난 작곡가 윌리엄 볼콤 Wiliam Bolcom 은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주력한 작곡가로 컨템퍼러리 클래식 작곡 부문의 그래미상을 받기도 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co2EmLXjj4

양인모, 홍사헌 연주 - Graceful Ghost

 

특별히 양인모와 홍사헌의 연주를 가져온 이유는 내게는 적어도 이 곡이 추모의 의미이기 때문이었다. 본 연주는 래그타임 - 재즈의 기원이 된 춤곡의 일종 - 의 리듬감을 살리면서도 지나치게 경쾌하지 않고 시의적절한 절제와 표현을 통하여 애도의 감정을 극대화해 준다.


이 곡은 A-B-A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페라 작곡에 전념한 작곡가답게 아주 멜랑꼴리 하고 슬픈 선율이 귓가에 맴돌아 박힌다. 시가 각자의 내용을 전개하다 수미상관을 이루듯, A-B-A로 이루어진 본 곡은 첫 번째로 등장한 A에서 떠나간 이를 그리며 슬퍼하다가, 새롭게 등장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며 그와의 추억을 그리는 B - 3분 즈음 - 가 나타나고 다시 그를 기억하고 슬퍼하는 A - 4분 30초 즈음 -으로 회귀한다.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는 A는 반복되는 선율의 단위를 통하여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의 굴레를 자아내는 듯하다. 뒤이어 나타나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B. 뒤이어 현을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의 바이올린과 함께 미려한 선율을 피아노가 연주한다. 피치카토에서 다시 아르코 - 피치카토가 아닌 원래 활을 연주하는 주법으로 돌아오는 것 - 으로 돌아오면서 절제되었던 감정을 드러내 주는 것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추억을 되살리며 잠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 기쁨에 빠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양가의 감정이 오간다. 그리고 다시 등장한 A에서는 다시 그가 떠났음을 깨닫고 천천히 - 피아노 버전의 우아한 망령 나타냄 말에도 조금 더 느리게 연주하라고 적혀 있다 - 체념하는 단락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다.


일상을 살다 슬픔을 잠시 잊게 되는 어느 날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의 추모를 기억하며 다시 돌아오고 그들을 그릴 것이다. B로 떠났다가 다시 A로 회귀하는 우아한 망령 Graceful Ghost의 선율처럼, 그들의 찬란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우리 곁을 떠나간 많은 떠나간 젊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그들을 추모하는 방식은 이 곡을 되새기며 나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미처 살아내지 못한 좋은 삶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나의 방식으로 처절하게 반추하며 한동안 이 곡을 연습하려 한다. 애도의 기도를 올리는 마음으로.







* Graceful Ghost는 한국어 일대일 번역을 생각하면 우아한 귀신 또는 유령이 되겠지만, 우아한 망령이 이 곡의 의미를 더 잘 담는 것 같아 영영사전을 참고하여 의역하였다.
아버지를 귀신, 유령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자식은 없을 테니, 망자가 된 아버지의 영혼을 기리는 곡이자 그의 생전 우아함을 담은 곡으로써, 우아한 망령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 A의 길이가 첫 제시 부분보다 심하게 짧아 순환 2부분 형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도돌이표의 생략이 나타나고 있을 뿐이지 A의 주요 선율은 완전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본 악보에 표시된 나타냄 말과 템포 기호가 나타난 부분이 총 3개라는 점 또한 3부분 형식으로 판단한 이유 중 하나이다. 어쨌든 본 글의 취지는 3부분 형식인가, 순환 2부분 형식인가를 가려내자는 것이 아니고, 처음의 선율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다.


다시 한번,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들을 위해 애도의 뜻을 담고, 진심을 다해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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