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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진 EUGENIA Mar 27. 2023

체코, 그리고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Smetana: Ma Vlast, 2. Moldau.

체코에서 단기 교환학생을 지냈던 지난 2019년의 회고록이자,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의 첫 번째 곡. 체코의 국민 작곡가라고도 할 수 있는 스메타나 Smetana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한다.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연주, 스메타나 Smetana: 나의 조국 Ma Vlast 중 2. 몰다우 Moldau.



본 음악을 알고 체코로 떠난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스메타나의 '몰다우'는 어딜 가나 울려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다. 프라하의 다리와 운하를 지날 때, 길 가다 우연히 어떤 식당을 들어갔을 때도, 스메타나 박물관에서도 당연하게 울렸던, 체코인이 사랑하는 음악.


‘몰다우’는 스메타나가 작곡한 “나의 조국”Ma Vlast 중 한 곡이기도 하다. “나의 조국”은 체코의 풍경을 주제로 한 곡들을 모은 모음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중 단연 2번 ‘몰다우’가 가장 인기가 많고,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체코 사람들이 맥주만큼이나(!) 즐기는 여흥일만큼.


일례로 체코에서 사귄 친구에게 체코 출신의 작곡가인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스메타나에 대하여 묻자, 드보르자크, 야나체크는 모르지만, 스메타나는 안다 답했다. 또한 이 셋의 기록을 전시한 장소에 방문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관람객 수를 가진 곳 역시 스메타나 박물관이었다.


그렇다면 체코에서의 많은 자국 출신 작곡가들을 제쳐두고 스메타나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스메타나가 체코 어딜 가든 전역에 흐르는 몰다우강, 다른 이름으로는 블타바강이라고 칭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에 비할 수 있는 풍경을 토대로 곡을 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체코에서 몰다우는 한강보다도 많은 정경을 불러오는 대상일 거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체코의 곳곳에서 몰다우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는 물론 체스키크룸로프까지도 흐른다. 아, 저 강 혹시 몰다우? 하면 어김없이 몰다우강.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본 강들이 모두 몰다우라는 걸 알게 되면, 각 도시에서 만나는 새로운 몰다우의 모습에 겹겹이 추억이 쌓이는 그런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코인들에게 몰다우는 지리적으로도 매번 다른 향수를 가져오는 대상이고, 때문에 이러한 강을 주제로 한 스메타나의 ’ 몰다우‘는 체코의 국민적인 정서를 가져오는 데 충분한 소재일 것이다.


이렇듯 자국의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음악을 쓰는 작곡가들을 음악사에서는 흔히 국민악파, 민족주의 등의 사조로 부르곤 하는데, 체코의 국민악파 작곡가의 작품 중 "나의 조국" 중 '몰다우'는 단연컨대 누구에게나 체코를 떠올리게 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나부터도 ‘몰다우’를 들으면, 다시 그때의 2019년 여름, 체코에서의 정경이 떠오른다.


까를교를 지날 때의 시큼한 내음, 다리를 오가며 들었던 북적이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그 뒤로 바라봤던 넓은 몰다우. 너비에 대칭되듯 빛에 넘실거리며 반짝거리던 그 작은 잔물결.


한 자락 무성한 풀 숲과 함께 위치했던 스메타나 박물관, 그곳에서 울리던 몰다우강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블타바강의 풍경들.


그리고 체스키크룸로프의 골목길에서 울렸던 음악과 소음의 동화, 홀로 그곳을 빠져나가며 만난 몰다우의 작은 물줄기까지.


체코로 떠날 계획이라면 이 음악을 반드시 들어보길 바란다. 체코를 누비며 쌓이는 겹겹의 추억처럼, 여러 겹으로 쌓이는 오케스트라의 층들이, 다시 회귀하는 몰다우강의 메인 멜로디가, 또 엉키며 발전하고 조를 옮겨 재현되는 모습이, 향수가 되어 체코에서의 겹겹한 기억을 각인시키고 아름답게 영사해 줄 것이다.








교환학생 다녀온 사람의 체코 12가지 TMI
1. 체코는 정말 물보다 맥주가 싸다. 왜냐면 체코는 환경 보호 차원에서 대용량 생수병을 더 싸게 팔기 때문에, 500mL 맥주 보다 2L 생수가 더 싼 진귀 현상. 피크닉 가면 다들 옆구리에 2L짜리 생수병 하나씩 끼고 다닌다.
2. 체코 여행 명소로는 프라하와 체스키 크룸로프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프라하와 체스키 크룸로프 말고도 정말 좋은 소도시들이 많다. 작곡가 야나체크가 일생을 거주했던 브르노, 그 외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레드니체 성과 와이너리로 유명한 미쿨로프 등.
3. 체코의 소도시 미쿨로프에서는 매년 와인 축제를 한다. 체코의 모라비아 지역은 기후 특성상 포도 농장이 많아서 그 포도들로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데 수출을 하지 않고 국내 생산으로만 전량을 다 소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와인이 값도 싸고 아주 맛이 좋으니 식당 가면 꼭 와인을 마셔보길. 맥주만 마시지 말아 줘.
4. 체코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는 편.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에서 체코를 영어권으로 분류하여 교환학생을 모집하였는데, 실제로 중장년층, 노년층 분들도 예외 없이 영어를 잘하셔서 편했다. 영어 코스를 가진 유럽권 학교들이 많은 것처럼, 내가 파견되었던 마사리크 대학교도 영어 코스를 일부 제공하고 있었다.
5. 당시 사귀었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체코인들은 음악 앨범을 낼 때도 체코어가 아닌 영어로 낸다고 한다. 그때 당시만 해도 BTS가 영어로 앨범을 내기 전이라, 그런 문화가 되게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근데 지금은 방탄소년단 말고도 한국 가수들이 영어로 앨범을 내니까 이질적으로 느껴지진 않기도 하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 팬덤 학생들이(?) 한국어로 진짜 말 많이 걸었다. 생각보다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왕왕 있다. 프라하 공항에는 심심치 않게 한글을 볼 수 있다. 프라하뿐만 아니라 다른 도심의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체코인들은 아무리 더워도 실외 테이블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혼자 당당히 실내에서 먹었더니, 한국사람인 걸 알아본 것 같았다.
7. 체코의 교통권이나 여러 공연들은 학생 할인에 진심인 편이니, 학생이라면 꼭 국제학생증을 만들어가자. 근데 원칙 상 교통권은 체코(인지 유럽인지 헷갈림) 소재 대학생이 아니면 할인은 안된다. 멋모르고 처음에 국제학생증 들이밀었다가 친절하게 할인해 줬다(?).
8. 체코에 생각보다 음악과 관련된 유적지들이 많다. 드보르작, 스메타나, 야나체크에 관한 기록도 많고,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초연극장인 프라하 에스타테 극장도 있다. 우연히 갔는데 마침 돈 조반니 시즌이었어서 좋은 질의 공연을 값싼 가격으로 감상했다. 국제학생증으로도 할인이 적용된다. 학생이라면 가격 또한 비싸지 않고 티켓팅도 여유롭다.
9. 체코 식당은 물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대부분 페퍼민트 잎사귀가 한두 개씩 들어가 있었다.
10. 체코 식당은 웬만하면 베지테리안 옵션 메뉴가 하나씩 꼭 있었다. 주문 난이도도 쉽다. 그게 심지어 노상의 식당일지라도.
11.체코는 동유럽이 아니라, 중부유럽이라고 이야기하자. 체코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동유럽 East europe 이라고 말하자, 체코는 동유럽에 속한 것이 아니라, 중부유럽 Central europe 속한 나라라고 설명해줬다. 다만 그 친구네 가족은 독일계라 했고, 본인을 독일계 체코인으로 소개했으니, 두 문화권 아래서 자란 환경이 그런 역사적 인식에 더욱더 민감했던 이유 같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체코가 지리상 유럽에 중심에 속하는 나라였다는 걸. 동유럽이라고 하는 건 아마도 공산주의 잔재가 남아있는 표현이라서 그런걸까,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체코인들은 자국에 대한 민족성을 가져야만 하는 역사적 배경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2. 체코어 "네"는 한국어로 "아니오"이다. 한국어 "네"는 체코어 "아노" 오.정.말.헷.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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