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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니드 Aug 09. 2024

종이신문은 글과 사진 그리고 ‘편집’이다

2024년 여름휴가 첫 일정

많은 이유로 종이신문이 외면받고 있어 종이신문을 제작하는 데에 필요한 투자와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나 제도권, 보수적인 신문사는 더 이상 종이신문에 지면으로부터 보여지는 디자인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에서 종이신문을 만드는 나조차도 이를 버리기는 싫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훈련도 하고 있지만, 지금 내 업은 종이신문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남해시대를 기다리고 있는 구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의 가독성이나 편집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질 때 나는 갖고 있다.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부분이다. 직사각형 형태로 된 네모난 종이 안에서 무엇을 더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까? 편집국장으로 안 할 수 없는 고민이다. 


종이신문은 글과 사진 그리고 편집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령화되고 있는 구독자층에 맞춰 글자 크기도 키워보고, 보다 강한 색깔도 써보고 사진도 크게, 또는 비틀어도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지면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건 기사편집과 광고편집을 담당하는 편집기자들의 몫이다. 그나마 지면에 기명이라도 표기하는 취재기자에 비해 묵묵히 일하는 신문사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동안 편집기자들에 대한 소외가 있어 왔기에 지난해부터 편집기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공부할 수 있는 전시회나 박람회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올해 여름휴가 첫 일정은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부산 2024’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전국, 아시아권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이 각자 작품을 뽐냈고 그 속에서 같은 대상을 표현하더라도 모두 다른 그림체를 선보였다. 나아가, 그림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품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디자인의 흐름과 다양한 그림체 속에서 그동안 신문 편집이라는 재미없는 혹은 틀에 박힌 업무 속에서 놓치고 있던 그림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한다. 더욱이, 온라인으로 보던 그림과 실물로 보니 또 다르니, 이를 바탕으로 편집기자 본인들이 잊고 지냈던 그림체를 잠시나마 꺼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나도 그렇지만 편집기자들도 이렇게 큰 일러스트레이션 전시회는 처음 접한지라 만족한 모습들이었다. 지금은 첫 시도이지만 횟수가 쌓이고 다양한 영감을 받아 신문 편집에도 적용한 뒤, 이를 성과로 이어지게 만들면 편집기자들도 일할 수 있는 동기를 얻을 수 있다. 종이신문을 넘어 더 다양한 인쇄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본인의 역량이 길러질 수 있다.

적은 임금에 많은 걸 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편집국장으로 있는 한, 종이신문을 계속 만드는 한 편집기자들이 영감을 얻고 배울 수 있는 자체 연수를 여러 형태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편집기자들이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내 역할이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휴가 첫 일정은 개인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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