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종말에 한 걸음 다가가며
정전된 조도와 호도를 직접 보니 내 맘도 어둡구나
나 홀로 새벽까지 매주 신문 마감을 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많다. 자정을 넘기면 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지금도 그런 순간이다.
신입 때는 항상 쫓겨서 기사를 썼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머리에서 일차적으로 정리가 되니 마감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크게 없다.
오늘을 돌이켜보니 판을 손 보고 회의를 갔다가 서경방송 녹음도 하고, 카메라 들고 사진도 찍고 드론도 띄워보고 보도자료 정리하고, 제보 들어오는 거 또 정리하고, 오전 오후 내내 돌아다녔다. 그러고 다시 저녁에 앉아 밀린 기사를 쓰고 있다. 기사만 챙기나? 오피니언도 챙겨야 한다. 저녁에 밀린 기사 쓰는 거 아니면 평소 일과와 비슷하다.
보통 마감은 화요일부터지만 나는 매주 기사가 많아 월요일부터 마감을 시작한다. 그런데 밤 12시를 넘기면서 오늘은 써도 써도 끝나지 않는 이 마감이 이상해 기사 수를 세어봤다.
전체 기사 수는 보도자료를 포함해 40개 정도 된다. 그중 내가 쓴 기사를 세어봤더니 21개다. 절반을 넘기는 수치다.
그렇다면 기사의 질이 중요한데, 발굴한 기사냐 기획한 기사냐 보도자료에 따라 시간과 공은 확연히 달라진다. 발굴기사, 즉 주요 기사는 5~6개 정도 된다.
예전 한 선배의 말에 따르면, 한 주에 발굴기사 1~2개만 잘 써도 그 신문은 좋은 신문이라고 했는데, 나는 매주 5개 정도 발굴기사를 쓰고 있었다. 물론 내 기사가 전부 양질의 기사는 아닐 것이다.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기자라면 이런 사안은 챙겨야 할 것 같은데, 왜 취재하지 않을까? 이렇게들 관심이 없을까? 왜 내가 다 챙기고 있을까? 한편으로는 아무도 안 챙기니 내가 독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권리는 누려야겠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점점 외면하고 있는지.
반대로, 열정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처우는 열악한데 무리한 걸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
갈수록 기자를 희망하는 사람도, 종사자들도 떠나고 있는 실정에 지역신문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남해시대를 봐도 그렇고 다른 신문사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다들 지쳐있고, 예전 습관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갈 여력도 없고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왜? 편하니까. 근데 계속 뒤처지는 건 외면하고 싶은가 보다. 마치 나 혼자 마라톤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마음을 갖고 언론인들이 공직자들을 비판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활자를 읽기 귀찮아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신문산업의 종말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신문사 수익에도 직결되며 직원들의 월급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나라도 이런 주장을 하려고 억지로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다.
오늘 조도와 호도에 정전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 소식을 접하고 저녁 6시가 넘었지만, 태풍 종다리가 북상하는 걸 알지만 미조항으로 향했다. 화요일은 마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다. 속보를 다루는 신문사도 아닌데 달려갔다. 어둡고 파도 소리도 거세서 방파제로 향하니 홀로 있어 무섭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읍에서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왔냐고.
태풍 종다리가 오는 새벽, 비바람도 불고 천둥도 치고 감성에 젖기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