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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주위 사람들로 인해 결정된다.

나만 없어보이고, 나도 해야만 할것 같은, 그런 것들.

나는 대학 시절 심리학을 전공했다.


심리학과에서 배운 내용 중, 기억에 남는 한 가지로 '동조효과'라는 게 있었다.


동조효과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의 선례를 보고 따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동조효과는 제3의법칙으로 극대화된다. 제3의 법칙이란, 한 명이나 두 명이 동일한 행동을 할 때에는 관심이 크게 가지 않다가 세 명이 동일한 행동을 하면서부터 관심이 증폭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사회성' 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다르게 말하자면 '특정 행동에서 튀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나를 제외한 세 명이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이 나 역시도 같은 행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자성어에는 '삼인성호(三人成虎)' 라는 말도 존재한다. 세 사람만 있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남들도 다 하는데, 너도 해야지! OO 말야.


살면서 적어도 한번 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OO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수히 많다. 다만, 당장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그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거나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떠올린 단어가 '결혼'이라면, 주위에 결혼한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떠올려보면 금새 세 명 이상은 떠오를 것이다. '내집마련'이라면, 주위에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이 많을 것이고, '다이어트'라면 날씬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해야한다'는 생각을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통해 실감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한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 마저도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2015년에 작고한 프랑스 작가 르네 지라르는 '인간의 욕망과 폭력'을 연구 주제로 공부하며 책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저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인간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다고 언급했다. 나, 다른사람, 욕망의 대상 이 세가지의 관계를 '욕망의 삼각형 이론'으로 표현해 내기도 했는데,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내가 사고 싶은 가방이 있는데, 친구도 그 가방을 가지고 싶어 한다. 나는 그 가방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친구로 인해서 욕망이 증폭되었다.)


2) 나는 사고 싶은 가방이 없지만, 친구들이 어떤 가방이 예쁘다며 가지고 싶어 한다. 나 역시도 그 가방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로 인해서 욕망이 생겼다.)


1번 사례에서, 친구는 욕망을 증폭시켜주는 '중재자'역할은 한다.

2번 사례에서는, 친구의 욕망이 나에게 전이되며 욕망이 '모방'되었다.


결국, 내 욕망이 친구(타인)로 인해 생기고 커지고 하는 것이다.


이게 좋다더라. 나도 가지고 싶은데, 너는 어때?


세 명이 같은 얘기를 한다면, 어느새 나도 같은 생각이 들기 쉽다. 


나 : 노트북 사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친구1 : 삼성이 AS도 잘되고 편해

친구2 : 나는 삼성쓰는데 괜찮아

친구3 : 삼성이 디자인이 예쁘고 가벼워


어느새 내 손에는 삼성 노트북이 들려 있다.


물론, 누군가는 노트북 사양을 제조사별로 비교하고 분석해서 구매를 결정하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의사결정은 이런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반영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다른 사람들도 같다.' 라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얻는 것이다.


반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친구들이 다 삼성 노트북을 쓰고 있는데 LG 노트북을 쓰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너는 우리와 달라'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다른 걸 쓰면서 왜 다른지를 일일히 설명하며 친구들을 설득하는 것도 불편하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재테크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2017년에는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너도 나도 비트코인을 해야 한다며, 앞다투어 비트코인에 투자 했다.

년초에 110만원 하던 비트코인이 2017년 말에는 1,870만원까지 뛰었다. 2018년에는 폭락했다. 누군가는 많이 벌었고, 누군가는 많이 잃었다.


2018년에는 베트남 투자가 유행해 베트남 지수(VNI)가 1,178까지 올랐다가 900 이하로 떨어지면서 해를 마감했다.


2019년에는 청약 열풍이 불었다. 30:1이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98:1까지 올라갔다.


2020년에는 동학개미운동(동학농민운동 + 주식개미의 합성어)이 불면서 너도나도 주식을 하기 시작했다.


2017 ----- 2018 ----- 2019 ----- 2020 


나는 이러한 흐름이 '동조', '모방된 욕망', 그리고 여기에서 나온 '불안'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만 할 것 같고,

남들이 가지고 싶어 하니까 나도 가져야 할 것만 같고,

남들은 가지고 있는데 나는 가지지 못하니까 불안하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것만 같아서 막막하다는 생각이 계속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2030 대부분이 이랬다.

하나같이 본인의 삶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업가, 전문직, 대기업, 직장인, 프리랜서, 사회초년생, 대리, 과장 할것 없이 다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동조효과, 그리고 모방된 욕망에서 기인된 것일지 모른다.

주위에서 다들 같은 얘기를 하고 있고, 같은 것을 원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나도 같은 것을 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지만, 그게 진짜 내 욕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잘 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꾸준히 따라가다보면 결국 잘 되고 만다.


언제부턴가 공사 현장에 '늦더라도 제대로 고치겠습니다.'라는 팻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급하게 따라가다 계속 불안해지는 것보다, 천천히라도 꾸준히 따라가서 결국 다다르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내가 바라는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더라도 내 삶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어려울 수 있어도, 결국 이루게 될 거라면, 

조바심 없이 그 과정도 행복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진짜 필요한 것,

내가 진짜 바라는 것,

내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삶을 나아지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다른사람들이 무얼 원하든,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나는 '나'니까.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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