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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간호사 Dec 26. 2022

응급상황에도 한없이 냉정해져야 하는 이곳, 중환자실.

뇌출혈 사고 발생 후 너무 늦게 발견된 환자, 조철식-하


뇌출혈 환자의 조철식 환자, 7시 28분부터 CPR 중이며 보호자는 내원 중이다.

아마 7시 45분에서 50분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직의는 보호자가 환자 상태에 대한 인지가 안되고 받아들일 수가 없는 상태여서, CPR 중단에 대한 동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30분간 CPR을 온 힘 다 해 해 보기로 했다. 그 8시쯤이 되었을 때에도 소생이 안되었을 때엔, 당직의는 보호자에게 다시 설명하겠다 이야기했다.



"이제 나이트번 집에 가, 우리가 알아서 할게."

데이 스테이션 차지선생님이 나이트번 선생님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12분 정도, 지났다. 7시 40분, 에피네프린이 4번째 들어간 상황이었다. 중환자실 문쪽으로 '띵동'소리가 울렸다. 전산을 하다 멈칫- 하고 가기 위해 벌떡 일어섰으나, 스테이션에 계시던 차지 선생님이 '됐어-. 빨리 차팅 빠짐없이 넣어.' 라며 인터폰을 보니 보호자가 온듯하다.


"어-.."

인터폰에 비친 여성의 얼굴, 아내로 보였는데- 표정을 보고 흠칫했다.

나와 B룸 선생님의 눈이 마주쳤다. B룸 선생님의 눈도 동그랗게, 놀란 듯 커져있었다.


차지선생님이 밖으로 나가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머지않아 들어왔다.


"선생님, 아내분 오셨어요." 차지선생님이 당직의에게 가 이야기했다.

"네. 가서 설명하고 올게요."


.

.

당직의가 나간 지 5분 정도 지나서 문이 열렸다. 당직의는 보호자와 함께 서있었다.


보호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슨 상황인지 '별로'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알아도 내 남편에게 생긴 일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보호자분, 보시는 것처럼 환자분은 지금 CPR을 받고 계시고.. "  당직의는 보호자에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을까요?" 보호자는 순수하게, 아니 순진하게 표정변화 없이 말을 건넨다.

"현재 CPR한 지 15에서 20분 정도 된 상태인데 30분 후에도 소생이 안되면 가망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보호자, 아내가 내원하여 중환자실 벨을 눌렀을 때, 그래서 그녀의 얼굴이 인터폰에 비췄을 때.
인터폰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설렘과 부끄러움, 순진한 느낌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슬픔이나 당황스러움이 아니었다.

긴장감.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더라도 그게 발을 동동 구르는 불안감의 긴장이 아니라, 오래간 못 본 연인을 오랜만에 볼 때 느껴지는 그런 눈과 입꼬리가 살짝 웃고 있는 듯한 느낌.

당직의가 말하던,
'보호자가 insight가 없다.'라는 게 이거였구나-. 서서히 깨달았다.

환자가 심장이 뛰지 않아서 지금 CPR을 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남편은 건강했으니까-, 내 남편은 우리 집 가장이니까-,
 그냥 내가 믿을 수 없으니까-.'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생겼다는 전화를 받아도, 살아날 것이라고 믿으니까. 그게 당연한 거니까-.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아님에도 내원 남편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좋다. 그것 같았다.


떼마침 심장 리듬 확인을 할 타이밍. 인턴들은 내려와 환자의 대퇴동맥과 경동맥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환자의 심장은 뛰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인턴들은 7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CPR을 재시작했다.


"... 보신 것처럼 지금 환자분 CPR 시작한 지 18분 동안 저희 온 힘 다해 CPR 치고 있으나 심장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당직의는 시계를 보며 이야기했다.



당직의는 보호자와 몇 마디 나누다 설명이 안되었는지 보호자와 함께 중환자실 밖으로 나갔다.






벌써 CPR을 시작한 지 22분이 되었다.

"일단, CPR은 계속해주세요. 보호자분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드신 것 같아요. 30분째 되었을 때도 리듬 안 돌아오면 그때는 상황이 어떤지 직접 안으로 모셔서 설명드릴게요."

리듬확인은 2분마다 진행되어 지금까지 총 11번 진행되었다.

심장의 리듬을 체크했던 11번 내내 모니터상에서 보였던 심전도는 계속해서 flat-. 평평한 한 줄의 모양을 유지한 채 '삐-이' 소리만 시끄럽게 울려댔다. 즉, 심장이 돌아올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째뜬, 보호자가 agree 되기 전까진 계속해야 하니까.."

*CPR은 2분마다 심전도 리듬체크를 한다.(CPR가이드) 가슴압박을 하는 동안 심전도에 나오는 리듬은 환자가 뛰는 리듬이 아닌 의료진에 의해 나오는 리듬이기 때문에 2분마다 잠시 멈추어 맥이 뛰는지, 심전도에 리듬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며 리듬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재시작하거나 멈춘다.  


.

.


추가적으로 8분이 지났다. 15번째 리듬체크, 역시나 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속되는 심장압박으로 인해 환자의 가슴팍에는 조금씩 살갗이 벗겨지고 있었다.

"......" 당직의가 표정변화 없이 환자상태를 살피다 다시 보호자가 있는 중환자실 문 앞으로 향했다.


5분 정도 더 지났을까-.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또다시 당직의와 함께 들어오는 보호자가 보였다.


"현재 CPR 35분 정도 지났고, 말씀드린 대로 소생이 안 되는 상태입니다. 만약 정말 희박한 확률로 돌아온다고 해도 뇌 손상이 많이 되어서 코마(*COMA, 무의식) 상태일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고요."

".. 그, 그래도.. 엊그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사람인데요.."

이제 그녀의 얼굴에도 핏기가 가셨다.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의 입꼬리가 내려가고 진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나는 왼쪽 귓가에 들려오는 둘의 대화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 워낙 사고라는 게 알 수 없.."

"저, 저희 애아빠 없으면 못 살아요. 선생님.. 꼭 좀 살려주세요.."

보호자, 환자의 아내는 나이가 어려 내부로 들어오지 못한 딸아이가 있는 문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 애아빠가 전부예요.. 전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제발요.." 라며 당직의의 소매를 붙잡으며 울부짖었다.


"환자분이 이미 도착하셨을 때, 뇌가 부어서 수술도 무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보호자분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어 죄송합니다-.." 당직의가 눈을 질끈 감으며 이야기했다.



아내는 그 누구보다 서럽게 울었다.





나는 인터폰으로 비치던 상기되었던 그녀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고통스러웠다. 딸아이에게 돈 많이 벌고 오겠다 약속하며 공사판으로 막노동을 하며 전전긍긍하며 살았을 가정을 본인이 지킬 생각을 하면 얼마나 그로서 벅찰까-.


쉽지 않다. 간호사의 주 업무 중 하나, 환자 및 보호자 정서적 지지.

하지만 그 어떤 사적 감정은 섞이면 안 된다. 그게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근데. 내 성격상 아무 생각 없기만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딱- 한 번만, 아니. 한 번 더. 마지막으로 그녀의 마음을 헤아린다.



며칠사이 자신의 남편에게 갑작스레 일어난 일들을 받아들이기 싫어 애써 긍정으로 외면해 왔는데-.

막상 최악의 상황이 다가와 억지로 납득해야 했고

그 슬픔이 시작하기도 전에 그려지지 않는 앞으로의 앞날을 스케치라도 해야 했다.


남편의 죽음이 막막하다 울부짖는 그녀에게 DNR동의는 마치,

자기 손으로 직접 보내주는 것만 같아서, 도저히 그러기엔 나와 딸에게 아직까지 너무 필요한 사람이라서

인간으로서 그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직의가 하자는 대로 하겠지만, 아내를 생각하며 힘들다는 생각을 잠시 뒤켠에 숨길 수 있었다.

그렇게 냉정함을 냉정함으로 가려냈다.


그게 오늘 조철식 환자와 보호자에게 담은 내 마지막 사적인 감정이었다.

.

.


결국 CPR은 1시간까지 해보기로 했다. 보호자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동의가 되지 않았다.

CPR을 시작한 지 현재 44분, 22번째 리듬확인을 했으며 앞으로 16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환자의 가슴을 더 두들기며 희망을 잡을 기회는 8번이 남았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담당을 맡은 지 몇 분채 되지 않은 담당 간호사인 나는, 내 환자를 위해 그렇다 하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차팅과 시계만 죽어라고 쳐다보다 때에 맞춰 에피네프린 주사를 늦지 않게 투약하고, 리듬확인을 해야 하는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시계 역할뿐인 걸까-..


미간을 찌푸린 채 시간을 보며 응급 카트로 가 알코올 젤을 이용해 손을 씻었다.

몇 번째 손을 씻어 손에 하얗게 일어난 게 보였지만 이내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앞으로 더 들어가야 할 에피네프린을 더 까서 준비했다.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하여야 했다.



환자의 기도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체액들에 석션이라고 하려고 치면, 이미 차지선생님이나 B룸 선생님이 어시스트를 도와주고 계신다.

"넌 전산 정리 해야지."


내 간호 기록지에 들어가는 차팅은 사실상 몇십 분 전부터

rhythm 확인함.
pt. monitor상 EKG asystole 보임.
femoral & carotid pulse 촉지 안됨.
cardiac compression & O2 full ambu-bagging restarted.

는 2분마다,

에피네프린 1A IV done. by 당직의 v/o

는 3분마다- 변함없이 들어가고 있었다.




'띵-동' 그때 인터폰 소리가 울렸다. 화면을 켜 확인해보니 보호자의 얼굴과 그녀의 눈물이 보였다.

차지 선생님은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고 급히 문쪽으로 뛰어갔다.


차지선생님이 문 밖에 있는 보호자에게 다가갔을 때 "그.. 그만해 주세요.."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힘이 빠진 듯 쓰러지려는 그녀를 차지 선생님이 간신히 붙잡고 중환자실 문이 닫혔다. 차지선생님은 그녀를 안전하게 의자에 앉힌 후 다시 내부로 들어온 모양이다.

우리에게 곧장 달려와 보호자의 뜻을 알렸고, 이에 동의서를 받기 위해 당직의가 종이를 들고나갔다.


힘겹게 꺼낸 말이지만, 그 말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게 하려면 서면화가 필요했다.

냉혹하고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린 그전까지 CPR을 행했다.


.

.



당직의 와 보호자가 중환자실 밖으로 나간 지 3분이 지났다. 그녀가 DNR에 동의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면을 받았다는 확실함이 없기 전에는 CPR을 최대로 하는 것이 맞았다. 수십 번 손을 바꾼 인턴들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인턴 한 명의 안경이 땀과 움직임에 의해 콧등 가운데까지 내려왔다. 가슴압박을 장시간동안 해서 그들의 손목에 빨갛게 선이 생겼다. 환자의 가슴에 생긴 상처는 점점 벗겨져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보호자분에게 DNR 동의서 받았습니다." 주치의가 문을 열고 들어와 종이를 스테이션에 올려놓으며 스테이션에 있는 차지 선생님께 이야기하였다.



차지선생님은 서면 동의서를 빠르게 확인하더니,

"8시 16분에 조철식 환자분 CPR 중단 DNR 서면 동의하였습니다. CPR 중단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전산상 컴퓨터 시계를 확인했다. 8시 17분 40초를 막 지나고 있었다.

8시 16분, CPR을 시작한 지 48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24번의 리듬확인을 진행하였고, 16 앰플의 에피네프린을 사용하였다.



인턴들은 어버버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CPR을 멈추고 옆에 '튜브가 연결해제 되었음'이라는 알람이 울려대는 인공호흡기의 튜브를 다시 연결하였다. 땀을 뚝뚝 흘리며 그들은 마지막으로 환자의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환자의 모니터에는 CPR을 멈추던 순간의 웨이브가 마지막으로 보이다 이내 일(一) 자모양이 되며 '삐-이'소리만이 들렸다. 나는 그의 가슴에 환자 모니터 리드(*lead, 모니터에 연결해주는 심전도 전극 스티커)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했다.

사망진단을 하기 위한 객관적 자료를 남겨놓기 위해 중환자실 구석에 있는 심전도기계(*)를 가지고 와 환자 가슴에 부착했다.

*심전도 기계: EKG(electrocardiography), 환자의 심장을 확인하는 검사들이 속하는데 이에 표준 12 유도 심전도가 있다. 흔히 병원에서 'EKG 시행'이라 함은 이 12 유도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한다.

표준 12유도 심전도 (출처: PALS Classroom)

**참고로 중환자실에서는 환자마다 모니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환자에게 3~5개의 lead를 부착해 환자의 혈압, 심장 박동수, 간단한 심전도, 호흡수, 산소포화도를 24시간 동안 모니터에서 볼 수 있다.

중환자실 환자 모니터, 심전도는 위의 12유도에 비해 대략적임 (출처: Philips Healthcare(좌), UVAToday(우))

중환자실 모니터 관련

참고 사이트: 해찬이의 간호일지 <중환자실, ICU(Incentive Care Unit) 모니터(Monitor) 다루는 법>

        https://blog.naver.com/lhc930102/221170570073




"..."

심전도 기계에 나오는 12가지 리듬에 모두 일(一) 자 모양이 나타나다가, 간간이 인공호흡기로 인한 지글거리는 노이즈(*noise) 정도만 나타났다.


중환자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 8시 18분, 조철식 환자 사망하였습니다. 보호자분께서 마지막으로 정리 전에 한 번 인사하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자리 정리되는 대로 부탁드릴게요."

심전도를 본 당직의는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인턴들은 곧바로 정리를 하기 위해 드레싱 카트로 향했다. 나는 곧바로 심전도 결과지를 뽑아 스캔해 전산 앞에 앉아 의 환자의 EMR(*)에 올려놓았다.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병원마다 전산 프로그램 안에 EMR이라는 항목이 존재하는데, 이 안에 환자마다 각종 기록지, 검진결과, 서류, 사진 등 많은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묵묵히 내 환자의 마지막을 기록했다.








인턴들이 사망처치를 끝내고 터덜터덜 나갔다. 나는 위생 바디티슈를 들고 와 환자 자리로 향했다.


차지선생님은 나를 따라 들어왔다.

"사망처치 끝났어?"

".. 네, 그런데.." 나는 그의 머리를 보고 흠칫했다.

머리, 그는 뇌를 수술받았던 환자였고- 뇌부종이 심하여 뇌의 조직이 수술부위로 새어 나와서 드레싱을 수차례 다시 했어야 했던.

".. OP site dressing(*)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요.."

*OP(Operation, 수술) site(부위) dressing(드레싱, 소독 및 붕대 등으로 감싸주는 행위)



".. 음.. 인턴선생님들 힘들었을 테니까 그냥 우리가 닦으면서 같이 하자."

"네."


"너, 근데 정규 약은 다 돌렸어?" 차지 선생님이 멈칫하시더니 내게 말을 했다.

아, 아차-. 8시.. 8시는 진짜 바쁜 시간인데.. 정규 주사부터 정규 먹는 약까지 다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 아, 아직 못했습니다."

"야, 뭐가 우선순위야. 여긴 어차피 당직의가 오더 정리도 못한 거 아냐?"

"... 네. 맞습니다."

"하.. 사망환자 정리도 중요하고. 정신 팔린 거 아는데 어차피 지금 우리가 정리해준다고 못 빼내 주는데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까지 내던지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항생제 들어가는 시간 중요한 거 알아 몰라? 식후 당뇨약 들어가는 환자는 밥 먹고 늦지 않게 줘야지 저혈당 안 올 거 아냐?"

차지 선생님의 언성이 점점 높아져만 갔다.

"죄송합니다. 얼른 가서 하겠습니다."

차지 선생님은 내 말에 답하지 않았다.


나는 우물쭈물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대로 나가면 '대답도 안 듣고 나갔냐-.'라며 욕먹을 수도, 이대로 안 나가면 '빨리빨리 안 나가고 뭐 하냐-.' 욕먹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1.. 2.. 3..' 속으로 3초를 세었다.


할 것이 많아서, 욕을 먹더라도 할 건 하고 욕을 먹자며 3초를 세고 커튼을 젖히고 나갔다.

다행히 뒤에서 소리 지르는 일은 없었다. 나는 얼른 A룸의 널싱카트(*nursing cart, 병원이나 부서의 구조에 따라 team cart라고도 부르며 간호사가 끌고 다니는 카트를 칭한다.) 앞으로 달려갔다. B룸 선생님께서 우리 환자들의 항생제 주사제들을 미리 수액에 mix 해주셔서 다행히, 그나마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나는 환자의 8시 활력징후를 '이제야' 확인했다.


마음과 머리를, 체력을 다 잡아야 한다.

이제 내 모든 환자를 차근차근히 정리해야 한다.








*해당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어 쓰인 글입니다.

*에필로그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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